서울지역의 첫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이사장 김승유 · 교장 김진성)가 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본교에서 개교했다. 사교육 없이 전인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세계인'을 배출,공교육의 모델이 되겠다는 하나고의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하나고의 실험은 우선 전교생 기숙사 생활에서 시작된다. 월 1회만 외출할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이 원천적으로 학원수업과 과외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학교 수업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배수진이다. 기숙사는 개인별 침대 · 책상 · 사물함이 구비된 4인1실 체제로 고1~3학생 620명이 생활할 수 있다.

실험은 교육시스템에서도 이뤄진다. 학기별로 배분된 이수과목을 한 학기에 집중해 가르치는 '집중이수제'와 학년에 관계없이 실력에 따라 수업을 듣는 '무학년제'를 시행한다. 기존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다.

경제와 금융 분야 특화 고교인 만큼 미시 · 거시경제학 등 고급 경제학 과목도 개설한다. 학생들도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방문한 학생들의 기숙사 책상 위에는 토플 · GRE 대비 고난도 단어집인 워드스마트 등이 놓여 있었다. 한 학생은 "영어과목에서 워드스마트로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해 미리 준비 중"이라고 했다.

모든 학생에게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 특기를 익히도록 하는 전인교육도 신선하다는 평가다. 전교생이 주4회(월 · 화 · 목 · 금) 오후 3시30분부터 6시까지 약 2시간30분간 체육시간을 갖는다. 축구 야구 테니스 수영 헬스 등 종목이 다양하다. 김진성 교장은 "학생들이 원할 경우 골프나 승마 등 전문시설이 필요한 스포츠도 외부 업체와 연계해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명의 대학생 멘토가 기숙사 안에 거주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로상담을 돕는다. 무엇보다 하나고가 확보한 우수 교사는 사교육보다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하나고 교사들은 지난해 선발시험 때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국어 담당 장희민 교사는 EBS 국어 강의에서 소위 '1타(1등) 강사'로 유명하다.

시설도 뛰어나다. 대지 8000평 위에 연면적 1만1572평,지하 4층~지상 8층 9개동의 규모를 자랑한다. 작은 대학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건물 공사비로만 500억원이 투자됐다.

하나고는 오는 11월 두 번째 신입생 200명을 선발한다. 작년 첫 신입생 모집에서는 평균경쟁률 7.4 대 1을 기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