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민생 국회'는 없었다.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여여,여야의 막가파식 싸움 속에 국회 각 회의장의 출석률은 최악이었다. 새해 첫 임시국회의 성적표가 초라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임시국회 마지막 날 열린 2일 본회의에서도 파행이 이어졌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상임위에서 합의했던 학교체육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민주당이 의사일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공급하기 위한 '보금자리주택 건설특별법',재개발 제도 개선을 위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외국인 투자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39개 안건 처리가 '올스톱'됐다.


이 외에도 숱한 민생 경제법안들이 4월 국회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규제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고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보험업법),지주회사 규제 완화(공정거래법),이슬람 채권 도입(조세제한특례법) 등 묵은 금융 현안도 표류하긴 마찬가지다. 법안 처리에 따라 사업 계획을 확정해야 할 업계는 발만 구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제한적인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한은법도 기획재정위와 정무위 간 충돌로 여전히 표류 중이다. 정치권의 장기 과제인 지방행정체제 개편,정치개혁 논의도 현안에 묻혀 지지부진하다.

한나라당이 민생 경제를 외치며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던 114개 중점 법안은 집안 싸움 속에 절반도 통과되지 못했다. 국립대 법인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립대재정회계법,교원평가제 법제화를 위한 초중등교육법,병입수돗물 판매를 제한하는 수도법 등 지난해부터 계류된 법안들이 결론 없이 넘어갔다.

그런 여야가 국회의원의 5급 비서관을 1명 늘리는 내용의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날 통과시켜 제 밥그릇만 챙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의원 보좌진은 4급 보좌관 2명,5급 비서관 2명,6 · 7 · 9급 비서 3명 등 총 7명으로 늘어난다. 5급 비서관의 연봉은 기본급과 수당 등을 합쳐 5500만원 정도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선언한 '일자리 국회'도 구호에 그쳤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 노조법 처리 파장으로 자중지란을 겪으면서 법안 심사 실적 '제로(0)'를 기록했다. 임금체불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사회적 기업 육성법 등 여당의 일자리법 대부분이 낮잠을 자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일자리창출특위는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국회 의사과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세종시 블랙홀에 빠져 있다"며 "4월 임시국회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한 3월 임시국회 개회를 얘기하지만 이 역시 정파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3월 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