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세종시 문제에 관해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세종시 수정문제는)한나라당에 위임한 상태인 만큼 당이 치열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책임 정당으로 그 정도는 해내야 한다"며 "청와대에서도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아직 결론을 못 냈지만 (당에서)며칠 동안 연속 토론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진화 나선 청와대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지난달 28일 "세종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이 대통령이) 중대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한 게 국민투표 시사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중대결단'을 언급했던 핵심관계자도 "내 말의 취지는 논의가 정파에 따라 무조건 찬성 아니면 반대로 가서 대의정치 기능이 작동 안 되면 언젠가는 결론을 내야 한다는 뜻"이라며 "국민투표의 '국'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중대결단'의미에 대해 "협박 차원에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한 뜻이 아니었다"며 "국민투표가 그리 간단한 일이냐.한나라당 중진협의체에서 논의가 잘 정리되지 않고 국회 표결도 안 되면 어떻게라도 정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선규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가 지난달 주례보고에서 6 · 2 지방선거 이전에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전혀 그런 말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민투표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선 것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이'중진협의체'를 구성,본격 논의키로 한 마당에 국민투표 얘기를 꺼내는 것은 당에 힘을 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당분간 당의 논의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국민투표에 대한 여론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자 청와대가 한발 뺐다는 관측도 있다.

◆가능성은 여전

그렇다고 국민투표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과 '중대결단'발언을 했던 관계자 모두 국민투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재'라는 단서를 달았다.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핵심 관계자는 "지지부진하면 중대결단 한다는 표현은 맞다. 대통령이 목검 들고 하는 심정으로 임하는 것은 아니니까 결론은 내려야 할 것이다. 뒤의 일은 뒤에 가서…"라고 말했다. 때문에 세종시 문제가 끝내 풀리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가'마지막 카드'로 유용하다는 관측도 여전히 유력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