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초 수주가뭄을 뚫고 11억달러(약 1조2907억원) 규모의 원통형 FPSO(부유식 원유 생산 · 저장 · 하역설비) 설치 공사를 수주했다. 2008년 2월 프랑스 에너지 기업인 토탈사로부터 총 16억달러 규모의 우산(Usan) 프로젝트를 따낸 지 2년 만의 FPSO 신규 수주다. 골리앗 FPSO를 수주한 데에는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4월 완공한 FPSO 전용 도크인 'H도크'의 힘이 컸다. H도크는 길이 490m,폭 115m,높이 13.5m 크기의 대형 도크로 무거운 해양플랜트 탑재를 위해 세계 최대 1600t급 크레인 2기가 설치돼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골리앗 FPSO 프로젝트의 발주 공고가 나온 뒤 FPSO 전용도크가 있다는 점을 최대한 강조하는 수주전략을 짰다. 선박용 도크에서 FPSO를 만들 때는 하부 선체를 만든 뒤 이를 다시 안벽으로 옮겨 상부의 플랜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건조,공기가 길어지지만 전용 도크에서는 모든 작업이 한곳에서 가능해 공기를 1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생산원가도 1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전략 제품 선정 및 건조 방안 기획력의 승리였다.

현대중공업은 일부 선박 건조시스템뿐만 아니라 조선소 전체의 IT(정보기술)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작년 9월 세계 처음으로 생산 현장에 와이브로(무선광대역통신망)를 적용한 '디지털 조선소' 조성에 나섰다. 594만㎡ 규모의 울산조선소는 하나의 무선 통신망으로 연결돼 현장 직원들이 작업 정보 및 의견을 실시간으로 공유 ·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작업자가 휴대용 무선단말기를 통해 공간의 제약 없이 음성과 영상,데이터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사내 통신센터 및 타 작업자 간에 주고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은 이 시스템을 통해 생산과 물류,설계 등에서 신속한 업무처리가 가능해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되고 원가절감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선박 건조시스템을 포함한 조선소 전체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기술 개발과 녹색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엔진 외에 전기 모터를 동력원으로 함께 사용하는 '녹색 선박(그린십)'도 국내 처음으로 건조했다.

1만마력급 디젤엔진 2기로만 구동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750㎾급 전기 추진 모터를 추가로 장착한 하이브리드 선박을 만들기 시작한 것.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는 없지만,12노트 이하로 저속 운항할 때는 주 엔진을 가동하지 않고도 전기모터만으로 운항이 가능하다. 밸러스트 수(水)처리 시스템인 '에코 밸러스트'를 탑재한 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도 만들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