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있는 산부인과 의사(줄리안 무어)는 시들해진 부부관계가 교수인 남편(리암 니슨)의 외도 때문일 것이라고 의심한다. 그녀는 여성에 대한 남편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고급 콜걸 클로이를 고용해 접근시킨다. 클로이는 금세 두 부부의 틈새를 헤집고 아들까지 유혹하며 가족 모두를 위험으로 몰아간다. 의심이란 결국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임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극장에서 상영 중인 할리우드 에로틱 스릴러 '클로이'에서 여주인공이 가족의 틈새로 파고드는 무기는 우선 뛰어난 화술을 꼽을 수 있다. 저마다의 장점을 칭찬하며 환심을 산다.

자기 내면의 모든 것을 꺼내는 듯,솔직하게 포장한다. 그녀의 눈빛은 상대방의 가슴에 화인을 찍을 만큼 강렬하다. 또한 아기처럼 사랑스러운 '베이비 페이스'지만 몸매는 상대방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육감적이다.

그러나 그녀는 예측할 수 없는,돌발적인 감정을 표출한다. 원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욕망의 화신으로 돌변한다. 그 순간 화면에는 공포가 엄습한다. 숨겨진 관능미에다 광기에 휩싸이는 클로이는 줄리안 무어의 성숙미와는 뚜렷이 대비되는 캐릭터다.

클로이 역은 바로 할리우드의 새 여신으로 떠오른 아만다 사이프리드다. '맘마미아'에서 메릴 스트립의 딸 소피로 등장해 뛰어난 노래 실력과 상큼한 외모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출연 요청이 쇄도하는 배우다. 그러나 클로이 역은 '맘마이아'가 성공하기 전 공개 오디션에서 '예측불허성을 지닌 희귀한 이미지'로 따냈다.

4일 개봉되는 멜로 '디어존'은 '맘마미아' 이후 캐스팅된 영화.무시무시한 악녀인 클로이와는 정반대로 인고의 세월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여인 사바나 역이다. '디어존'은 미국에서 '아바타'의 흥행 1위 행진을 7주 만에 저지하고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흥행작.아만다의 상반된 매력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디어존'(감독 라세 할스트롬)은 군 복무 중 2주간의 휴가를 맞아 고향을 찾은 존(채닝 테이텀)이 봉사활동 중인 여대생 사바나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미래를 기약하며 서로에게 매일 편지를 쓰지만 아픈 숙명과 마주치게 된다.

사바나 역의 아만다는 청순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웨이브 스타일의 머리에다 진한 화장을 한 '클로이'와는 달리 긴 생머리를 살리고 화장기를 말끔히 지웠다. 복장도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파고들던 클로이와는 달리 사바나의 눈길은 맑고 부드럽다.

환한 미소로 주변을 밝혀주고 슬픈 일을 마주하면 큰 눈망울에서 그렁그렁한 눈물을 떨어뜨린다. 장애인들도 배려하고 이해하는 섬세한 면모를 갖고 있다. 그녀는 또한 청아한 목소리로 기타 반주에 맞춰 러브송 'Little House'를 직접 부른다.

11세에 모델 활동을 시작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TV 드라마 '올 마이 칠드런''하우스''저스티스' 등에서 연기력을 다진 후 2004년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으로 MTV무비 어워드 온스크린 팀 최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 '알파 독'에 이어 2008년 '맘마미아!'로 할리우드 신성으로 부상해 올 들어서는 두 영화 외에 '레터스 투 줄리엣'까지 세편의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