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신속한 리콜은 오히려 이익"이라며 사소한 품질 문제라도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자동차 회사가 리콜을 피할 수는 없지만 관건은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느냐"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제80회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현대차를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 위해 전날 입국했다.

◆"리콜 두려워하지 않고 신속하게 조치"

정 부회장은 "리콜이 발생할 때마다 전체 차량의 품질을 재점검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얻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며 "현대차는 쏘나타 등의 사례처럼 두려워하지 않고 신속하게 조치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신형 쏘나타를 한국과 미국에서 4만7000여 대,투싼ix를 미국에서 500여 대 각각 리콜 조치했다.

정 부회장은 유럽과 러시아 시장 공략에 대해 강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제네바에 오기 직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짓고 있는 현지 공장을 찾았다"며 "오는 9월 완공해 내년부터 현지형 모델을 판매할 경우 디자인을 무기로 시장 장악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7.5%(작년 기준) 선으로,수입차 시장에서 해외 유력 기업들과 1위를 다투고 있다.

그는 "도요타도 마찬가지이지만 유럽에선 그동안 아시아 기업들이 판매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바스프와 듀퐁 등 새로운 유럽 협력업체들을 적극 발굴해 협업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는 바스프의 차체 경량화 기술을 활용한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아이플로'를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물이 흐르는 듯한 외관과 ㎞당 85g 수준에 불과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화제를 모았다.

정 부회장은 "컨셉트카를 일반 양산형 모델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게 일반적인데 아이플로는 다르다"며 "다른 어떤 회사의 신차와도 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그동안 완제품 홍보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앞으로는 신기술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미 경쟁사에 의해 소개된 기술이라도 우리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텔레매틱스 창조하는 선도 업체될 것"


정 부회장은 이날 오후 수백 명의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첨단 신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률과 전자제품 부문에서 세계적인 리더"라며 "창조적인 정보기술 능력이 현대차를 텔레매틱스 분야의 선도 업체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차내 편의 서비스다.

그는 "작년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맞았지만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를 11.7% 늘렸다"며 "최고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양웅철 연구개발(R&D)담당 사장 등 임원들과 모터쇼장 내 250여 개 전시관을 구석구석 둘러봤다. 이탈리아 피아트와 프랑스 시트로앵,독일 오펠 등 유럽 업체의 소형차와 해치백(트렁크 문이 위로 열리는 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가 많이 쏟아지고 있는데,양산차와 달리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엔 여전히 격차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제네바(스위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