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및 임원의 자격요건과 이사회 운영,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지배구조와 관련한 전반적 사안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권은 '관치의 합법화'라며 반발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사 지배구조 법제화

진동수 금융위원장(사진)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금융회사의 경영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가칭)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사외이사 제도 개편은 금융권 지배구조와 관련해 드러난 환부를 우선 치유한 것"이라며 "이사회와 내부통제 제도,대주주 적격성 심사,직원의 자격 요건 등 지배구조 관련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새 법률에는 금융권역별로 다른 이사회 제도와 내부통제 기준,임원과 사외이사 자격요건,제재 규정 등을 통일하고 금융당국의 점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게 된다. 현재 모범규준 형태로 운영 중인 사외이사 제도는 법률이나 시행령으로 강제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또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전담하는 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사전 적격성 심사제도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진 위원장이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강정원 전 KB지주 회장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회사 인사에 암묵적으로 관여해 온 정부가 도덕성과 자질이라는 애매한 잣대로 개입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는 주주가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온 정부가 말을 바꿔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법률로 강제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보호 강화

금융위는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판매에 관한 법률'도 상반기에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진 위원장은 "금융업권별로 규제 수준이 다른 광고나 약관,판매행위 규율 등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며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수준을 상향 조정하고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가 비과세 혜택을 받아 유치한 예금 중 일정 비율을 서민대출에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 등 여전사의 가계대출 규제도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서민금융회사의 저신용자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방식을 본 뜬 보증부 대출상품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신협 등 농 · 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회사가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일정 금액을 출연,10배까지 보증해주는 '협약보증' 방식을 활용해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진 위원장은 금호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관련,"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임에 명백한데도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비협조로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