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청와대는 잔치 분위기였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선수단 격려 오찬을 주최한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엔 시종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세세하게 거론하며 긴장됐던 순간들을 털어 놓는가 하면 농담도 건네 오찬장인 영빈관은 웃음이 넘쳤다. 행사엔 대표단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관계자 등 총 120여명이 참석했으며 1시간40분 동안 진행됐다.

◆정세균 대표 11개월만에청와대 찾아

오찬 전 영빈관 별실에서 이 대통령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과 환담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 자격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지난해 4월 이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간 조찬 회동 이후 11개월 만에 청와대를 찾은 정세균 대표는 "메달을 따면 지지율이 올라간다던데…"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래서 걱정됐나"고 대답해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전 회장은 "우리나라가 복이 많은 것 같더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말 특별사면을 받은 이 전 회장에게 세 차례 감사의 뜻을 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의 청와대 방문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이 전 회장,많은 활동한 것 보고 듣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성과가 (2018년 평창올림픽 유치에)도움이 되나"라고 하자 이 전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된다"고 답했다.

◆"선수,뒤에서 밀고 싶더라"



이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김연아 선수가 점프할 때 눈을 감고 있다 떠 보니 성공했더라"며 "그 심정은 아마 5000만 국민 모두가 같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볼 때는 내가 좀 밀면 (우리 선수가)앞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의 성취 결과를 놓고 기적을 이뤘다고 하지만 나는 평소 '기적은 없다. 기적이라고 말하는 뒤에는 수 없는 피땀이 있다. 피땀과 열정,노력 없이 기적은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단순히 메달을 딴 것 뿐만아니라 5000만 국민에게 준 용기와 희망,확신,세계에 심어준 대한민국에 대한 높은 인식,이런게 앞으로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선수들이 라면을 먹고 싶다고 해서 메뉴로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미 먹고 왔을 테고 소문이 안 좋을 것 같아 빼라고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성인 선수단장은 선수들의 서명이 담긴 성화봉을,모태범 이상화 선수는 고글을,김연아 선수는 자신의 에세이집을 이 대통령에게 각각 전달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