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꿈꾸는 남자 덱스터와 사랑을 원하는 여자 엠마는 대학 졸업 파티가 열렸던 밤 우연히 잠자리를 같이 한다. 1988년 7월 15일,단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 뿐이지 둘은 정말 달랐다. 덱스터는 부와 유명세가 흘러넘치는 삶을 동경했고,엠마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시위대 맨앞에 섰다. 두 사람의 감정 상태도 그랬다. '원 나잇 스탠드'한참 전부터 엠마는 덱스터를 짝사랑해 왔지만,덱스터는 하룻밤 사랑을 나누기 전까지는 엠마에게 별 관심도 없었다. 영 비슷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20년 동안 연인은 아니지만 특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영국 작가 데이비드 니콜스의 장편소설 《원 데이》(박유안 옮김,리즈앤북 펴냄)는 20년 동안 끈질기게 이어진 두 남녀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다. 소설이 매년 7월 15일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기에 제목이 '원 데이'다.

오랜 세월 동안 엠마와 덱스터의 처지는 시시각각 변한다. 20대 후반 덱스터는 성공을 거두고 유명인사가 된다. 30대 초반 덱스터는 영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만 거두는 반면,엠마는 레스토랑 매니저에서 벗어나 작가의 꿈을 키워나간다. 그리고 30대 중후반에는 완전히 상황이 역전된다. 덱스터는 초라해지고 엠마는 성공한 작가가 된다. 그렇게 긴 세월을 보내면서 처지나 감정이 늘 엇갈렸던 두 사람,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엠마와 덱스터의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소설의 또 다른 묘미는 나이가 들어가는 엠마와 덱스터처럼 변화하는 영국의 상황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는 점이다. 노동당 집권 전 벌어졌던 시위,자미로콰이 등 문화사 그리고 런던의 사회 · 경제적 변화를 따라갈 수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