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일본 참의원(상원 격) 예산위원회에선 센고쿠 요시토 국가전략상,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하라구치 가즈히로 총무상 등 핵심 각료 3명이 잇따라 의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회의 시간에 10분 정도씩 지각한 탓이다.

세 각료는 모두 이날 오전 8시50분부터 예정된 회의를 9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지각했다. 이로 인해 2010년도(2010년 4월~2011년 3월) 예산안을 심의하는 회의 시작이 예정보다 15분가량 지연됐다. "의회 회의에 각료들이 무더기로 지각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일본 의회사무국 관계자)이다.

센고쿠 국가전략상 등은 "관료들이 작성해준 일정표에 회의가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표기돼 있었다"며 "실무자의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무자의 실수라고 하더라도 각료에겐 그에 대한 감독 책임까지 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은 이날 아침 일정표가 잘못된 줄 알고서도 사무실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지각했다. 하라구치 총무상은 의회 회의 예정시간인 8시50분에 인터넷 '트위터'에 글을 쓰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긴장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이날 오후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은 전 부처의 장관 비서실장 회의를 소집해 철저한 일정 관리를 지시했다. 하토야마 정권에선 나가쓰마 아키라 후생노동상이 도로 정체 때문에 각료회의에 지각한 일도 있었다. 정치권에선 "하토야마 내각의 각료들이 약간 나사가 풀린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