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선호현상으로 나흘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9원(0.17%) 하락한 1144.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추가 재정감축안 발표로 유로화가 반등세를 이어가고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재연돼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밤사이 뉴욕외환시장에서 1개월물 원달러 NDF 가격은 1142~1145원에 거래됐으며, 1145/1145.5원에 최종 호가됐다. 간밤 유로달러 환율은 1.37달러선으로 반등했다.

이처럼 대외 분위기가 환율 하락에 우호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전 거래일보다 4원 내린 1142.5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1142원까지 확대했다. 이후 코스피지수가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고 저가 결제수요가 유입되자 환율은 1143원대로 올라섰다.

한 시장 참가자는 "유로가 1.37달러까지 반등하며 그리스 관련 우려 완화를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환시도 숏심리가 강화된 모습이었다"며 "다만 개입 경계심과 결제 역시 팽팽히 맞서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오후장까지 이어졌다. 오후 들어서도 환율은 1143원에서 더이상 등락하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힌 모습을 연출했다. 국내증시가 약세로 돌아서고 유로달러 환율이 1.37달러를 밑돌면서 달러 추격매도에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 시장참가자는 "주식시장에서 시장참가자들이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와 미국 고용지표 발표 등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짙은 관망세를 취해 원달러 환율상승의 모멘텀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변화는 장 중반 이후부터 감지됐다.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포착되면서 환율은 서서히 반등하더니 오후 2시 38분 1147원에서 고점을 확인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WGBI편입 발표설과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차기 한은총재로 내정됐다는 루머가 돌았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차기 한은 총재직에 관심 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한 시장참가자는 "강만수 위원장 관련 루머 외에는 환율 상승을 이끌 만한 다른 재료 자체가 없었던 듯하다"며 "일단 장 분위기는 환율 하락에 비우호적인 쪽을 흘렀다"고 전했다.

다른 시장참가자는 "루머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볼 수는 없지만 장 후반 환율이 반등한 것은 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이후 환율은 일중 고점에서 소폭 미끄러지더니 전일 종가보다 2원가량 낮은 1144.6원에서 마감했다. 일중 원달러 환율의 등락 폭은 1142~1147원 사이를 기록했다.

이날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4.24p 하락한 1618.20을 기록했으며, 코스닥지수는 2.03p 내린 507.59를 나타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날 국내 증시에서 141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실었다.

해외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678달러에 호가되며 오전보다 하락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