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욱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사진)은 미국의 은행규제안인 '볼커 룰'(Volker rule)이 도입될 경우 KIC가 투자한 메릴린치 지분을 계속 보유할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사장은 3일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메릴린치 투자원금이 회복된 이후의 지분처리 문제를 묻는 질문에 "KIC는 정부의 금융허브 육성전략에 따라 메릴린치 투자은행 업무 부문을 보고 투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KIC는 국가 외환보유액에서 300억달러를 위탁받아 투자하는 한국의 1호 국부펀드다. 올 연말까지 400억달러로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KIC는 진 사장이 3대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2008년 1월 당시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지분 20억달러(주당 28달러)어치를 매입했다.

메릴린치는 이후 금융위기 와중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인수됐다. 때문에 KIC는 현재 BOA 주식을 보유 중으로 8억달러의 평가손(주당 16달러)을 입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이 같은 투자손실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KIC가 당초 메릴린치에 투자할 때 세운 목표수익률은 9%였다. 월가에서는 KIC가 앞으로 2년 내 원금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게 KIC 측의 설명이다.

진 사장은 이날 세계은행 자회사인 국제투자공사(IFC)의 '신흥시장 사모펀드'에 1억달러를 맡겨 중남미와 아프리카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약정서도 맺었다. 그는 "지역전문 투자펀드인 이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함으로써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KIC는 신흥시장 사모펀드가 이들 지역에서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길게는 6~7년간 지분투자해 20% 안팎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KIC가 IFC에 지불하는 위탁투자 수수료는 연 1~1.5%다. IFC는 KIC를 포함해 중동지역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총 10억달러를 조성해 펀드를 운용할 예정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