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사진)가 지난 2일 점심 때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 3층의 구내식당을 찾았다. 국무차장 사무차장 등 몇몇 간부들과 함께 식판을 들고 직원들 뒤에 줄을 섰다. 배식을 받고 난 총리와 간부들은 같은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예고 없이' 찾아온 바람에 간부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빈 자리가 없었기 때문.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께서 직원들이 자주 찾는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자고 해 별다른 의전 없이 방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 총리는 지난 설 연휴 전에 청사 경비직원과 미화원을 구내식당 옆에 있는 국무위원 식당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야당으로부터 '세종시 총리'로 불렸던 정 총리가 세종시 굴레에서 한발 벗어나 여유를 찾고 있다. 취임 후 줄곧 세종시에 매몰되다시피 했던 공식 일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4일에는 공식 일정이 1개(호주 상원의원 접견)뿐이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최상의 수정안을 제시한 만큼 국회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공식 일정은 확 줄었지만 비공식 일정은 여전히 빡빡하다"며 "퇴근 후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민심을 듣는다"고 했다. 학계 인사,연구기관장,사회 중진,원로 인사들을 두루 만나 국가 현안에 대해 귀를 열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10여명의 원로들과 비공식 오찬을 했다.

또 국정 전반을 좀 더 세밀하게 챙기기 위해 장 · 차관 보고 횟수도 늘어났다고 한다. 정 총리는 특히 제자들이나 오피니언 리더 계층에서 그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인사들과 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입시 정책과 관련해 '3불(不) 정책'을 재검토해보겠다는 발언이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는 대표적 케이스다. 그는 서울대 총장시절 고교등급제 · 본고사 · 기여입학제등 3불정책 폐지를 주장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앞으로는 교육이나 경제정책에서 본인의 색깔과 브랜드를 녹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