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 가오슝현에서 4일 오전 8시18분(한국시간 오전 9시18분)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했다.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다.

CNN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가오슝현 자셴향 동남쪽 17㎞,심도 5㎞의 대만 본도(本島) 내 지하에서 발생해 대만 전역에서 뚜렷하게 감지됐다. 타이베이를 비롯한 대만 전역의 빌딩이 약 1분간 흔들렸고 여진이 20여차례 이어졌다. 진앙지 자셴향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으나 매몰자가 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가가 붕괴되고 다리에 균열이 생겼으며 건물 천장과 가로수가 무너져 행인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차가 궤도를 이탈하는 등 철도와 고속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타이베이 일부 지역에선 정전이 발생했다. 대만 내무부는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90명 이상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는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해 군 병력을 진앙지에 급파했다.

세계 1,2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UMC,세계 4위 LCD(액정표시장치) 업체인 CMO 등 첨단 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타이난과학산업단지의 관계자는 "전력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큰 폭의 생산 손실이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UMC는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CMO는 가오슝현에 지난달부터 8세대 LCD패널 공장을 가동 중으로 라인 가동이 중단될 경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OTRA 타이베이 한국비즈니스센터 관계자는 "대만 반도체 공장은 타이베이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신주지역 내 과학단지에 밀집해 있는데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중앙기상국은 이번 지진은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생긴 것으로 최근 발생한 칠레 지진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밝혔다. 대만은 지난해 12월에도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10여명이 부상했으며 앞서 10월에도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매년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99년 9월엔 규모 7.6의 강진으로 2400명이 사망하고 건물 5만여채가 무너지는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오광진/박동휘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