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중간재 기초재 등 최종 소비자들이 눈으로 직접 보기 힘든 이른바 '인비저블(invisible) 제품'의 수출을 늘리고 있다.

인비저블 제품은 자동차 전자기기 등 완제품과 달리 특정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자재와 원료를 말한다. SK 계열사들이 생산하는 휘발유 · 경유 등 경질유,화학소재,필름소재,의약품 중간재 등이 대표적이다. 눈에 띄지 않아 크게 주목받진 못하지만 국가 전체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밑거름으로 꼽히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휘발유 · 경유 등 경질유 제품의 수출액이 6조807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국제 제품가격 하락으로 전년에 비해 경질유 수출액은 24.4% 감소했지만,수출량은 8.8% 늘어난 7847만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올해 글로벌 경제 회복세와 맞물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경질유 수출량이 내수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학소재 부문 수출도 중국 수요 증가에 힘입어 작년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화학사업 부문 전체 매출(9조6000억원) 중 화학소재 수출이 7조4000억원으로 77%를 차지했다.

무형자산인 기술 수출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 하반기 이후 따낸 △베트남 정유공장 운영 및 보수 △쿠웨이트 국영석유기업 생산공정 기술지원 △중국 화디옌 SCR 탈질촉매 기술 수출 등으로 올해 그룹 전체 기술수출액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많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태양전지 중간소재로 사용하는 고부가 필름 수출도 증가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SKC가 생산하는 광학용 필름과 태양전지용 필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23%,21%다. 작년 수출도 1919억원으로 전년보다 20% 늘었다.

SK㈜는 신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의약품 중간 물질부문에서 작년 410억원 규모를 수출했다. 전년 대비 60% 늘어난 액수다. 이 회사는 1996년 의약품 사업에 진출,현재 후천성면역결핌증(AIDS) 치료제,심혈관 치료제 등 40여종의 약품 중간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권오용 SK브랜드관리실장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중 · 장기적으로 인비저블 제품을 넘어 지식기반 중심의 기술수출 등 인탠저블(intangible) 제품의 수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