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투 트랙' 투자 전략으로 박스권 장세에 맞서고 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은행 등 주요 업종의 블루칩(우량 대형주)은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반면 일부 종목에 대해선 단기 매매하며 차익을 실현하는 2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급의 주도권이 여전히 외국인에 있는 만큼 개인들은 외국인의 투자 패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지난 1월 경기선행지수가 고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하면 이익 안정성이 좋은 블루칩이 2등주인 '옐로칩'보다 안전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블루칩은 중장기 투자

4일 코스피지수는 4.24포인트(0.26%) 떨어진 1618.20으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에 나선 덕분에 지수는 장 초반 1630선을 넘어서며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급락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개인의 경계매물이 늘어나면서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18일 이후 3차례나 지수 1630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다만 외국인이 이달 들어 순매수 행진을 시작한 덕분에 박스권 하단 지지력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다. 이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300억원 넘게 사들이면서 사흘째 매수 우위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에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종목 중 주가가 많이 오른 일부 종목에 대해선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6일 연속 순매수하던 기간에 외국인이 주로 사들인 LG전자 삼성SDI 하이닉스 등 IT업종의 '옐로칩'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는 이달 들어 순매도 리스트에 올랐다. 조선주는 지난달 지수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강세를 보였던 대표적인 종목이어서 외국인이 단기 차익을 챙기고 처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외국인은 블루칩 종목은 지속적으로 매수 중이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엔씨소프트 삼성전자 신한지주 NHN GS건설 등 업종별 1위 주식들이 대거 이달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올랐다. 신한지주 우리금융 외환은행 하나금융 등 올해 예상 실적에 비해 낙폭이 컸던 은행주도 적극적으로 매수 중이다.

특히 지난달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달에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혜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도 완화됐다"며 "대형 IT주와 자동차주는 실적 전망이 좋은 데다 외국인까지 매수세에 적극 가담하고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정기엔 1등주로 압축해야 안전

전문가들은 최근 지수 1600선 전후의 박스권에서 외국인의 이분화된 매매 패턴은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스권에서도 업종 대표주를 꾸준하게 사들이는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통상 2등주는 1등주보다 경기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이익 개선의 속도가 빠른 특징이 있지만 지금같은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1등주가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업종 1등주면서 가격 매력이 높은 종목으로 포스코 LG화학 아모레퍼시픽 NHN 등을 꼽았다.

김태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5일 개막되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회의와 유럽의 재정 이슈 등으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실적에 비해 낙폭이 큰 대형 IT주와 은행주로 공략 종목을 한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