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가 금융 수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첫 타깃은 중국시장이다. 주력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신운용의 내실을 어느 정도 다진 만큼 앞으로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석이다. 오너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47)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사장은 4일 기자와 만나 "중국에 금융 수출을 위한 교두보로 한국운용과 한국증권의 합자회사를 각각 세울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오는 6월부터 수개월 동안 베이징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 현지 파트너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올 들어 개인적으로 중국어(북경어) 과외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옛 한국투신을 인수한 2005년부터 금융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5년 만에 증권과 투신 두 주력회사를 업계 정상급으로 올려놓아 금융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작년 이들 두 회사의 성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는 "한국증권은 전 증권사 가운데 작년 하반기 가장 많은 이익을 냈고 올해는 더 좋을 것"이라며 "한국투신운용 역시 작년 펀드 수익률도 좋았지만 그보다 3년간 운용 시스템을 잘 갖춰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이에 따라 운용 시스템을 잘 갖춘 한국투신운용을 먼저 중국에 진출시킬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중국인에게 펀드를 팔고 현지에서 자금을 운용하겠다는 게 우리의 청사진"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진출에 앞서 우리가 중국에서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생각해 봤더니 증권 부문은 글로벌 증권사와 호된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선 고객의 돈을 안정적으로 불려주는 일부터 시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투자운용지주(한국투신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 등 자회사의 경영 계획을 짜고 통제하는 '컨트롤타워'다. 김 사장은 동원산업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75)의 장남으로, 한국금융지주의 지분 21.3%(작년 말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05년부터 한국금융지주 사장 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의 동생인 김남정씨(37)는 동원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상무로 활동하고 있다. 김 상무는 이 회사의 최대주주(지분율 67.2%)로 2세들 간의 경영 분리는 끝난 상태다.

김 사장은 한국금융지주의 좌표를 '고객의 자산을 불려주는 금융그룹'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따라 그는 증권 · 운용에 비해 소외된 것처럼 보이는 한국상호저축은행도 그룹 내에서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운용과 증권이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는 중심축이라면 저축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축들을 어떻게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지금도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 사장은 자신의 진로를 부친의 사업 뿌리인 동원그룹 대신 금융 부문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일본 게이오 대학원을 마치고 두 회사 사이에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당시 동원산업은 원양어업계에서 세계 3등으로 이미 정상에 올라 있었고,증권은 그렇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김 사장은 "그런 증권의 입지가 오히려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고,고객과 함께 커갈 수 있는 사업 구조도 마음에 들어 지금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과 '책'에서 경영 아이디어를 구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 사장은 쉴 새 없이 사람을 만나느라 스케줄에 빈틈이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요일에도 여의도 본사의 사무실로 나간다. 그는 "일요일엔 전화가 걸려오지 않기 때문에 내 시간을 온전히 다 쓸 수 있고,책도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사무실 책상 모서리엔 10여권의 책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는 "요즘엔 '닌텐도이야기'를 읽고 있다"며 "다음엔 '디지털혁명의 미래'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