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에게 지금부터 펀드에 조금씩 여유자금을 넣어둘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

김영신 국민은행 이촌PB(프라이빗뱅킹)센터 팀장은 "주식시장이 상승 무드를 탈 때 투자하면 그때는 이미 늦다"며 "분할 매수를 통해 자금을 쌓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조정을 받는 시기가 오히려 투자 적기라는 얘기다.

김 팀장은 "올 상반기에는 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1500선에서 저점을 한 번 찍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수중에 돈이 있다면 이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하반기에는 주가가 상승 추세를 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적립식 펀드는 앞으로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도 몇 년 뒤 연 1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큰 여윳돈이 없는 봉급생활자도 월급의 일부분은 꼭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지역으로는 아시아와 러시아가,종목 중에는 원유와 원자재 등이 유망하다"며 "하지만 해외 펀드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국내 펀드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을 고객들에게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해외 펀드의 경우 비과세 혜택이 작년 말로 없어졌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며 "국내 경기는 직접 체감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더 적합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이 최근 고객들에게 추천하는 것 중 하나가 ELD(주가지수연동예금),ELS(주가지수연계증권),ELF(주가지수연계펀드) 등 구조화 상품이다. 그는 "구조화 상품은 펀드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주가가 하락해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원금보장을 하는 ELD는 그동안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으나 최근에는 최소 연 1~2%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들도 나왔다"며 "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에게는 ELS,ELF를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LD는 은행에서 판매하며 ELS는 증권사가,ELF는 자산운용사가 각각 발행한다. ELS와 ELF는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다.

김 팀장은 "물가지수와 연계한 채권도 올 상반기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지수 연계채권은 이자율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연계돼 있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이자율이 올라가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인상폭만큼을 이자율에 추가해 이자를 지급한다고 보면 된다. 김 팀장은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물가지수 연계채권의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김 팀장은 "정부가 내놓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부동산 규제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거래 자체가 많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후행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살아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하지만 거래가 살아난다 해도 예전만큼 활황을 띠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오히려 최근 고액 자산가들은 미술품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술품 시장이 호황기를 보냈던 5~6년 전보다 그림값이 많게는 50~70%까지 떨어졌는데 최근 다시 상승하는 분위기"라며 "PB센터에 화랑 관계자들과 고객들을 불러 세미나를 열기도 하고 서로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양화가 가장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최근 들어 서서히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1억원의 투자 자금이 있다면 3000만원 정도는 언제든 찾아 쓸 수 있게 MMDA(수시입출금식예금)나 MMF(머니마켓펀드)에 넣어두고 ELS와 ELD에 각각 2000만원,1000만원 정도를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물가지수 연계채권에 2000만원을 넣고 나머지 2000만원으로는 펀드를 분할 매수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한 투자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한 뒤 손해를 봤다고 해서 계속 뒤를 돌아본다면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며 "성공한 사람들은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미련을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목표수익률을 정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예컨대 펀드 투자시 목표수익률을 정하지 않는다면 연 10%의 수익률을 올려도 '더 놔두면 연 20%까지 가겠지'란 생각에 쉽게 해지를 하지 못한다"며 "어느 선에서 투자를 그만둬야 할지 몰라 결국에는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글=이태훈/사진=정동헌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