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한결같이 바다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바닷속 지킴이들이 있다. 1985년 설립한'삼성중공업 잠수동호회'는 25년 전통을 자랑하는 거제조선소의 대표 동호회다.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수중 자연보호 운동을 통해 자연과 호흡하며 심신도 단련하고,맑고 푸른 바다를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여성회원 3명을 포함,60여명으로 구성된 잠수동호회는 매년 3월 개해제(開海祭 · 매해 첫 바다에 들어가는 신고식)를 시작으로 매달 한 번씩 장소를 정해 활동하고 있다. 주요 무대는 욕지도,홍도,사량도 등 인근 섬과 바닷가지만 종종 울릉도 거문도 등 거제지역을 벗어나기도 한다.

1년 내내 바다가 보이는 조선소에서 근무하지만 우리에게 바닷속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마치 '아바타' 3D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매일 육중한 쇳덩어리와 불꽃 튀는 용접기만 보다가 15~20m 물속에 들어가 만나는 각종 수중 동 · 식물은 상상 그 이상이다. 특히 무중력 상태의 느낌과 손에 닿을 듯한 물고기떼,물속에서 보는 수면 위의 반짝이는 햇살은 황홀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런 바닷속 만남을 통해 우리는 일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중걷기는 육상 에너지의 4배가 필요할 만큼 체력 단련에도 효과적이다.

이처럼 많은 선물을 주는 바다를 위해 우리도 보답하고 있다. 매년 세계 물의 날,지구의 날,바다의 날 등을 맞아 벌이는 정기활동을 비롯해 지금까지 230여 차례 바다 청소를 실시했다. 또 양식장 불가사리 수거,가두리 양식장 그물 손질 등 어민을 위한 봉사활동도 펼친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불가사리 개체 수가 급증하고 있어 조개류를 양식하는 어민의 피해가 크다. 따라서 어민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간다. 그 소문이 퍼져 다른 지역 어촌마을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친환경 등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회원도 늘고 있다. 신입회원들은 체계적인 이론교육과 실기훈련은 물론 현장실습 등 일주일간 엄격한 준비과정을 거쳐 입수 자격을 얻는다. 회원 중 국가공인 산업잠수사,스킨스쿠버 강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강사 4명이 우리의 교육을 맡고 있다. 그 덕에 회원의 절반 이상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땄다.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면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다. 거제에서 배를 타고 1시간30분~2시간 정도 가면 갈매기 서식지로 유명한 '홍도'라는 섬이 나온다. 물론 전라도 홍도와는 다른 섬인데,4~5월께 홍도는 산란을 위해 찾아온 갈매기 때문에 섬이 '하얗게' 보이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다이버들에게는 변(?)을 당하기 쉬운 장소로 알려져 있다. 섬 전체가 갈매기로 가득 차 있다 보니 잠수를 끝내고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면 어김없이 갈매기 배설물 세례를 받는다. 그래도 끼룩끼룩 하는 갈매기 소리와 파도 소리가 어우러져 천국이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

바다 관련 직업을 가진 것도 모자라 취미생활까지 바다와 연을 맺은 회원들.비록 몸은 배 위에 있지만 저마다 가슴 속에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고 있지 않을까. 김병용 잠수동호회 회장(기계지원부)은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과 폐목재를 제거하는 수중 정화활동을 하고 나면 제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50년,100년 장수 동호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다사랑! 지역사랑!'을 외치며 오늘도 회원들에게 '번개 다이빙 미팅'을 제안해 본다.


/최영은 과장(잠수동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