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게해 연안에 그리스령 섬은 3054개나 되지만 사람이 사는 섬은 87개밖에 되지 않는다. 남은 3000여개 무인도의 가치가 450억유로로 추산되는 만큼 무인도만 팔아도 그리스는 빚 걱정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

독일 여권 일각에서 그리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국의 섬과 역사적 건축물,문화재 등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그리스 측과 논란을 빚고 있다.

독일 일간 빌트는 4일 독일 우파연정의 한 축인 자민당 내 경제통 프랑크 셰플러 의원의 발언을 인용,그리스가 EU에 지원을 요청하기 전에 자국 기업의 지분과 부동산 등 돈이 되는 것들을 먼저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셰플러 의원은 "무인도뿐 아니라 파르테논 신전 등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유적 가치는 1000억유로로 평가되고 있다"며 "그리스는 먼저 자신들이 가진 자산 중 팔 수 있는 걸 모두 파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집권 기민당의 요제프 슐라만 고문도 "그리스는 매각 가능한 부동산과 기업,무인도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의 자산을 팔아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거들었다.

빌트는 이어 "독일이 그리스에 수십억 유로를 지원해야만 한다면 그리스는 독일에 아름다운 섬들을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며 "돈을 받고 싶으면 코르푸섬이나 아크로폴리스를 주면 될 것"이라고 조롱했다.

독일 내에서 이처럼 극단적인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은 5일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신경전이 격화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독일은 국민의 84%가량이 "EU가 그리스의 지원 요청을 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로 그리스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상황이다.

앞서 독일 주간 포쿠스는 '밀로의 비너스'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든 외설스러운 모습과 함께 '유로가(家)의 사기꾼'이라는 제목의 표지기사를 실어 그리스를 노골적으로 비난했고,그리스 잡지들 역시 독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과 나치 갈고리십자 문양을 합성한 표지로 독일에 반격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