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돌파구가 없다] 대출규제 완화 당분간 어려울듯…하반기 금리 움직임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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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로 시중에 돈 넘쳐…선거 앞두고 '집값 자극' 부담
대출 받아 집 사기 보다 대출 상환하는 집 많아질듯
"투기 우려 낮은 지역이라도 DTI규제 풀어 거래숨통 틔워야"
대출 받아 집 사기 보다 대출 상환하는 집 많아질듯
"투기 우려 낮은 지역이라도 DTI규제 풀어 거래숨통 틔워야"
건설사를 비롯한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거나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와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종료 등이 주택 거래 침체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린 가운데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집값 불안이 재연될 수 있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DTI 규제 유지될 듯
주택시장을 강하게 옥죄고 있는 것은 LTV와 DTI 등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다. 특히 지난해 9월 DTI 규제를 투기지역(서울 강남 · 서초 · 송파구) 외에 서울 인천 경기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DTI 규제로 소득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만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구매력이 감소,거래가 위축된 것이다. 예를 들어 DTI가 50%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5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만 대출받을 수 있다.
현재 투기지역은 40%,투기지역을 제외한 서울은 50%,인천 · 경기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DTI의 영향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현황에서 잘 드러난다. 2008년 12월 말 239조6000억원이던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9년 들어 매달 2조~3조원씩 증가,8월 말에는 260조5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DTI 규제를 확대한 9월부터는 월 평균 증가액이 1조원 남짓한 수준으로 줄었다. 이러한 추세는 올 들어서도 계속돼 1월 한 달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00억원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 투기 우려가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해 주택 수요가 살아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 거래의 숨통을 틔워 주려면 대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대책으로는 주택경기를 활성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LTV와 DTI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건설업계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LTV와 DTI는 가계 및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규제 필요성을 설명했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답변에서 "LTV와 DTI 규제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서울 강남 지역 집값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지난달 말 전국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각각 1.5%와 0.8% 올라 전국 평균(0.6%)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상 부담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주택시장에는 부담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 약해진다. 더구나 경기 침체 속에서도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대출금리 상승시 새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보다는 기존 대출 상환에 주력하는 가계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상반기 중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 회복세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6~9개월 뒤의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는 1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장기적인 초저금리의 부작용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아직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이성태 한은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나는 점도 조기 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경기 회복세가 지금보다 확실하게 나타난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 내부에서는 현재 연 2%의 기준금리는 지나치게 낮은 편이며 불황에 대비하는 수준인 연 3% 근처로 높여 놓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남수 팀장은 "새 한은 총재가 적응을 마치고 지방선거도 끝나는 6월부터는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시장금리도 0.5%포인트가량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0.5%포인트 정도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금리에 이미 반영됐고 추가로 0.5%포인트가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0.5%포인트의 금리 상승은 숫자 자체로만 보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본격적인 출구 전략이 실행된다는 의미에서 시장의 심리에 꽤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