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 합리적 노동운동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민노총 신임 위원장이 과격노선을 지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는가 하면 '청렴성을 확보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목표로 내건 '새희망 노동연대'도 출범했다. 낙후된 노사문화가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최대 고질병으로 꼽혀온 게 현실이고 보면 바람직한 현상임이 분명하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민노총이 스스로 변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3일 노사관계학회 초청 간담회에서 "민노총의 과격한 이미지를 벗겨내고 좀 더 온건한 노동운동을 펼쳐 조합원과 국민이 좋아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이제 붉은 머리띠를 매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과격 투쟁은 설 땅이 없다"고 강조하고 "총파업을 위해 한 해 몇 번씩 개최하던 대의원대회도 한 번으로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총파업 남발(濫發)을 자제하는 등 변화를 통해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발언만으로 민노총의 변화를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 과거의 경우도 일부 위원장들이 그런 의지를 표명한 적이 있지만 강경파의 반발에 밀려 결국 강경투쟁 노선으로 기울고 만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민노총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제3노총 출현도 긍정적으로 기대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청렴성 확보와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기치로 내건 새희망 노동연대에는 현대중공업 KT 서울메트로 서울시공무원노조 등 40여개 노조가 참여했다. 현재 조합원 규모는 12만명가량이지만 내년 7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23만명 선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제3 노총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고 보면 노동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

KT노조의 'HOST(화합 창조 나눔 투명)운동' 또한 신선하다. 지난해 말 민노총을 탈퇴한 이 회사 노조는 상급단체에 내오던 분담금을 이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취약계층 중 · 고생 장학사업, 소년소녀 가장 및 비정규직 지원, 퇴직 사우 재취업 지원 등을 위해 이 자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신노동운동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합리적 노동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조전임자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둘러싸고 대립을 계속 중인 노사가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갖게 한다. 특히 민노총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참여를 결정해 더욱 그러하다. 노동계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노사문화 선진화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