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농업부문 분사후 매각…부채 1조 줄인다
동부하이텍이 5일 이사회를 갖고 농업부문 분사를 결의했다. 분사하는 회사의 지분 중 일부를 매각,부채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다. 농업부문 지분 매각과 자회사인 동부메탈의 상장 작업이 마무리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4371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4000억원 선으로 줄어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매년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2000억원에 달한다"며 "정상적인 영업활동만으로는 반도체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농업부문을 따로 떼내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3년 만에 다시 태어나는 동부한농

동부하이텍 농업부문의 분사는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7월1일 이뤄진다. 사명은 ㈜동부한농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한농은 이번 분사를 계기로 사업의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작물보호제,비료,종묘,농자재 등 기존 사업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새만금 간척지 대규모 첨단 영농사업,농산물 생산 · 가공 · 유통사업 등의 신규 사업을 시작하고 바이오 분야에서 신사업을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할 방침이다.

동부한농이 별도의 회사로 독립하는 것은 꼭 3년 만이다. 동부는 2007년 그룹 내 독립계열사였던 동부한농을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던 동부일렉트로닉스와 합병,동부하이텍을 설립했다.

회사 관계자는 "동부하이텍 농업부문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고 시장지배력이 확고한 알짜 사업"이라며 "분사해 지분을 매각할 경우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은 주력사업인 아날로그 반도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재무구조 개선작업 올해 중 마무리

동부가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2년이다. 당시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해 동부는 2004년 산업은행 등 14개 금융회사로부터 1조200억원과 1억5000만달러를 빌렸다. 하지만 물량 공세에 나선 대만 경쟁 업체들에 비해 사업 규모가 작아 만성적자 상태에 놓이면서 현금흐름이 꼬이기 시작했다.

동부는 2007년 그룹 내 우량 계열사인 동부한농과 당시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쳐 동부하이텍으로 합병하는 카드를 내놨다. 그럼에도 동부하이텍의 자금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산업은행 등 대주단은 2008년 대출계약을 5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자산매각을 통해 지난해까지 총 9000억원을 마련,부채비율을 300%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동부는 곧바로 자산 매각에 들어갔다. 동부하이텍의 합금철 사업부를 분할해 동부메탈이란 회사를 세운 것도 이 때의 일이다. 당초 동부는 동부메탈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산업은행 PEF(사모펀드)와 가격과 사업 방향에 대한 이견이 커 매각 작업이 불발됐다.

이에 김준기 동부 회장이 나서 35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했다. 동부메탈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동부하이텍에 35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한 것.동부메탈의 지분 중 10%는 일반에 매각했으며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일부도 현금화했다.

동부하이텍은 농업부문 분사와 동부메탈 상장이 재무구조 개선의 마지막 단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날로그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고도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이 사라지면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