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 쾀 킬패트릭 전 디트로이트 시장은 여비서와 주고받은 문자 탓에 거짓 증언 혐의로 수감됐고,짐 기본스 네바다주 주지사는 애인과의 문자가 들통나 이혼소송에서 졌다. 또 존 엔자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휴대폰에 선거 참모와의 불륜이 드러나 당직에서 쫓겨났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길 수 없다고 하거니와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나깨나 애인 생각뿐이다. 게다가 어떻게든 제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밤 12시에 헤어진 뒤 다음날 꼭두새벽 상대의 집 앞에 서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밤새껏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일도 다반사다.
이메일과 메신저는 누가 볼까 싶어 신경 쓰면서도 휴대폰 문자에 대해선 무심한 수도 많다. 늘 몸에 지니고 다니는데다 비밀번호를 걸어넣고 자주 삭제하면 내용을 들킬 일이 거의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움직인다. 푹 빠졌을 때와 달리 시간이 흐르면 점차 주위의 시선이나 말이 의식되기 시작한다. 조심해야겠다 싶을 땐 이미 늦다. 수없이 띄운 문자메시지는 물론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 등 사랑의 흔적은 곳곳에 널려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없애려 해도 쉽지 않다. 내것은 삭제해도 상대방 것은 어쩌기 어렵고,자랑하느라 미니홈피에 올려놓거나 친구에게 전송한 사진은 어디까지 흘러갔는지 알 길이 없다. 이별하려 할 때 상대도 선선히 동의하면 모르되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누군가 배신에 치를 떨 경우 사랑의 흔적은 곧 흉기로 변한다. 미혼남녀도 이럴진대 그렇지 않으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배우자나 연인의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해킹을 위해 부적절한 방법을 동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마당이다.
결국 '타이거 텍스트'란 문자 지우기 기능이 나왔다고 한다. 유효기간(1분~5일)이 지나면 양쪽 폰에선 물론 서버에서도 싹 지워진다는 것이다. 얼씨구나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기술이란 늘 감추려는 쪽보다 캐내는 쪽이 앞선다. 신기술 좋아하지 말고 들키면 곤란한 문제를 만들지 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