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4전5기' 끝에 간신히 163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수급선'으로 불리는 60일 이동평균선(1644.87)과 '경기선'인 120일 이평선(1634.64)이 맞닿아 있는 박스권 상단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추가 상승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5일 코스피지수는 16.37포인트(1.01%) 오른 1634.57로 마감했다. 지난 1월28일(1642.43) 이후 한 달여 만에 1630선 위로 올라섰다.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 불안(소버린 리스크)에 따른 급락 이후 반등에 나선 지수는 지난달에만 18일과 22일,23일 등 3차례에 걸쳐 장중 1630선 회복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힘을 쓰지 못하고 밀려났었다. 전날도 개장 직후 1631.10까지 올랐다 이내 하락 반전했다. 이날은 3411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수 1630선은 공교롭게도 중장기 이평선들이 밀집해 있는 지수대여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렵사리 1630선 회복에 성공했지만 전날 발표된 1월 경기선행지수가 13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어 경기를 반영하는 120일선을 강하게 뚫고 올라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기술적 분석상 지수가 장기 이평선을 하향 이탈한 뒤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대체로 3개월 이상 소요돼 이번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경기선행지수가 둔화 국면에 있었던 2006년 5월 중순 코스피지수는 120일선 아래로 밀려난 뒤 8월 말에야 회복에 성공했고,지난해에는 120일선을 뚫고 올라서는 데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배 연구원은 "국내는 물론 중국의 산업생산(PMI) 등 해외 경기지표들도 예상치를 밑돌거나 혼조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부담을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1600선 부근의 국내 증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3배로 2001년 이후 평균 수준"이라며 "글로벌 증시의 상승 탄력이 떨어진 가운데 국내 증시만 오름폭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20일선 위에는 수급선인 60일선이 뒤따르고 있어 박스권 돌파를 위해서는 수급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거래가 급감하는 등 시장의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라며 "그리스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등 외부 악재가 잦아들면서 외국인이 다시 매수에 나설 경우 국내 증시에 상승 동력이 돼 줄 것"으로 전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