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박원상-이성민-오만석 등 줄줄이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던 배우들이 최근 연출에도 도전, 무대 아래에서 빛을 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팔방미인' 격인 이들은 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연출력으로 무대에 새로운 활력도 불어넣는다.

대표적으로 배우 조재현은 '연극열전3'의 첫 작품인 '에쿠우스'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했다.

주인공 앨런 역을 거쳐 이번 공연에서는 다이사트 역으로 출연하는 조재현은 관객에게 쉽게 다가가는 연출에 초점을 맞췄다.

또 에쿠우스를 상징하는 말머리가 등장하지 않고 배우들이 이를 표현하는 등 신선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연출자가 되려는 욕심은 없으며 항상 가슴 속에 남아있던 작품이어서 연출을 하게 됐다"며 "오랜 시간 출연하면서 꼭 그렇게 어렵게 전달해야만 하는지 고민했기에 이번 무대는 그동안 공연한 '에쿠우스' 중에 관객이 가장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 전용극장을 마련한 극단 차이무는 배우들이 연출하는 작품을 연이어 무대에 올린다.

현재 공연 중인 'B언소'의 후속작인 '양덕원 이야기', '돼지사냥'은 배우 박원상과 이성민이 연출할 예정이다.

이어 공연할 '늘근도둑 이야기'를 연출할 민복기 극단 대표도 배우 겸 연출가다.

차이무 예술감독인 이상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배우들이 단지 지시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연극에 참여하는 수준이 높아졌다"며 "극작과 연출을 같이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듯이 배우에게 재능이 있다면 연기와 연출의 '크로스 오버'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우가 연출하면 작품에 새로운 맛이 나고 풍성해지며 자기계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연출가는 잘못하면 자칫 연극 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보는 듯한 단점이 있을 수 있는데, 배우가 연출하면 그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 오만석은 2006년 주연을 맡았던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의 올해 공연을 연출했다.

그는 2008년 뮤지컬 '즐거운 인생'으로 이미 연출가로 데뷔했다.

그는 "예술인은 장르를 벗어나는 것을 겁내지 않아야 한다"며 "본업은 연기자이지만 연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연기와 연출도 넘나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만석이 연출한 '내 마음의 풍금'에 출연한 이지훈은 당시 "누구보다 인물의 감정을 잘 아는 배우가 연출을 맡으니 감정이입이 쉽다"고 말했다.

이밖에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와 '연탄길'의 박상우, '치어걸을 찾아서'의 송용진, '메노포즈'의 이윤표 등도 연출에 도전한 배우들이다.

대학로에서 극작과 연출로 활발히 활동하는 임철형, 이해성, 민준호 등도 배우 출신이다.

창작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배우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