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장이 상업은행의 자기자본투자를 제한하지 않으면 상업은행들은 헤지펀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금과 대출을 주 업무로 하는 상업은행들이 고수익 상품에 자기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변동성이 심한 헤지펀드와 다름없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미 행정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새 은행 규제정책인 '볼커 룰(Volcker Rule)' 입법 초안을 주도했다.

볼커 위원장은 6일 독일 베를린 대통령궁에서 가진 연설에서 "상업은행의 자기자본거래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상업은행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헤지펀드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예금을 받으면서 위험한 자기자본투자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공익에 봉사하는 것도,안전한 금융시스템의 필요성에도 봉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커 위원장은 이어 자기자본거래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비판에 대해 이는 감독당국이 규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볼커 위원장은 또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부채를 은폐한 것과 관련,부도위험에 대비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같은 파생금융상품 시장의 남용과 과잉을 규제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확한 부채 규모를 가리기 위해 복잡한 파생상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난 일은 파생상품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그만큼 절실하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볼커 위원장은 미국이 통화긴축과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이행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높은 실업률을 감안하면 미 정부가 재정적으로든 통화로든 적극적인 긴축정책을 취할 시기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