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내부에서 지난 몇 주간 조직개편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은행과 증권,보험 등 전 권역에서 다루는 퇴직연금 파생상품 신탁상품 등을 감독할 복합금융서비스국을 신설,이를 공통권역이 아닌 증권권역으로 배속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큰 이슈는 퇴직연금 감독권이었다. 보험권역에서 다루던 퇴직연금이 증권권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보험이나 은행권역은 퇴직연금을 공통권역에 놓아둘 것을 주장했다. 퇴직연금은 근로자 노후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단기 금융투자상품을 다루는 증권권역에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 증권 보험 등 54개 금융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쪽은 복합금융국이 주로 다룰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93%가 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공통권역 배속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내부 사정에 묻혀 관철되지 못했다. 제한된 국장 자리(T.O)로 인해 기존 증권권역의 자본시장서비스국을 전환해 복합금융국을 만드는데 이를 공통권역으로 옮기면 증권권역에서 반발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의 성격이 강한 만큼 증권권역에서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권역 간의 이해 조정이 안돼 증권권역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퇴직연금을 관할하는 노동부와 학계는 벌써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대학교수는 "퇴직연금은 투자상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도산하면 받지 못하는 기존 퇴직금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5년 말 도입됐다. 근로자가 퇴직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도록 금융사에 퇴직금 재원을 적립해 운용토록 한 것이다. 고수익도 중요하지만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노후보장제도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운용사로 은행과 보험사를 선호한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감독권이 특정 권역에 있으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은행이나 보험사는 퇴직연금 유치과정에서 생길지 모를 불공정거래 단속이나 지도 과정에서 감독원이 증권사를 싸고 도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을 것이라는 걱정이 기우에 그치길 기대한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