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는 두 다리로 기립보행을 하는 인간에게서 체중을 받쳐주는 중심 축이다. 지면과 수직을 이뤄 중력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므로 체중의 약 60%를 지탱한다. 척추는 하나의 통뼈가 아닌 33개의 뼈들이 서로 맞물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불안정한 구조다. 척추를 전후와 측면에서 잡아주는 인대와 후관절,근육,추간판(디스크) 등이 균형을 잡아야 온전하게 기능하는데 최근에는 운동부족이나 무리한 스포츠 활동으로 40~50대에서도 척추질환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허리디스크(척추간판탈출증)나 척추관협착증 등을 수술하지 않고 신경성형술이란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함으로써 허리통증에서 벗어나는 성공사례가 늘고 있다. 신경성형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지름 2㎜,길이 40~50㎝의 가느다란 내비카테터(도관)를 꼬리뼈의 경막외강을 통해 척추의 내부로 삽입해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고농도의 약물을 주사함으로써 통증을 없애는 시술이다. 환자의 허리통증 부위를 반원형 X-레이 촬영장비인 영상증폭장치(C-ARM)로 관찰하면서 카테터를 환부에 도달시킨 후 약물을 주입하고 유착된 척추신경을 분리해내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다. 약물로는 유착방지제(히알우로니다제),고농도 생리식염수,스테로이드,국소마취제 등이 쓰인다. 신경다발을 압박하는 염증과 유착이 제거되고,부종이 가라앉으며,염증유발물질 발생이 차단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신경성형술은 국소마취로 시술하고 출혈이 없어 수혈이 필요하지 않다. 이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가진 중년 이후의 척추환자나 수술이 두려운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척추 속 염증 부위를 벗겨내 제거하는 게 가능할 뿐만 아니라 회복기간이 짧아 특히 바쁜 직장인들의 통증과 시간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물리치료,약물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만성 요통환자,척추수술 후에도 허리통증이나 다리저림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들에게도 유용하다.

경기도 군포시 당동 군포병원의 배중한 척추센터 소장은 "신경성형술은 일시적인 통증감소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라며 "시술 후 허리통증이 사라졌는지 여부를 곧바로 확인하고,허리통증의 원인인 척추신경의 부종 · 염증 · 유착을 해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술 시간은 20여분으로 짧지만 가느다란 관을 정상 신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꼬리뼈부터 척추손상 부위까지 정확하게 도달시키려면 풍부한 임상경험 및 고도의 기술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최근 40~50대는 물론 젊은층에서도 허리통증을 유발하는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신경성형술처럼 최대한 척추를 보존하면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장 · 노년기에 두 번째 수술을 하게 되면 첫 번째 수술보다 좋지 않은 치료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척추질환으로 인해 보행장애가 나타나거나,척추신경에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기존의 수술적인 치료법을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경우에도 수술요법과 신경성형술을 병행하면 더욱 만족스런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배 소장은 설명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