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국 · 실장급 간부가 만 54세가 되면 일괄 보직해임해 외부에서 자리를 찾도록 하던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시중은행들도 업무 능력이나 업적과 관계 없이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임원이 되지 못한 지점장을 '후선'으로 물러나게 하고 있어 금감원의 결정이 은행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용환 금감원 수석 부원장은 7일 "연령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지난 1월부터 나이에 따른 고용 차별이 금지됐다"며 "이에 따라 다음 주 실시할 올해 국 · 실장급 인사부터 나이를 기준으로 간부를 일괄적으로 보직해임하던 관례를 폐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은 내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국 · 실장 보임자가 만 54세가 되면 예외 없이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실제 지난해 3월 단행된 인사에서는 1955년생 국장 17명 모두가 한꺼번에 퇴진했다. 올해의 경우 만 54세가 되는 1956년생 국 · 실장이 17명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들 간부를 예년처럼 금감원 연수원에 교수로 보내지 않고 고과에 따라 인사를 실시키로 했다. 성과 평가가 좋을 경우 국 · 실장 보직을 계속해서 유지토록 하고 평가가 나쁘면 일반 국장급 조사역으로 발령, 실무자로 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방침은 나이를 기준으로 한 '뒷방 퇴출' 관행을 유지해 온 시중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은행들은 만 55세가 되는 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성과를 매긴 뒤 임원이 되지 못한 지점장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상자는 지점장 자리에서 물러나 정년이 되는 5년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한 채 상담역이나 심사역 등으로 근무하면서 연체 채권 회수,민원 상담,영업점 감사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연봉도 전년 연봉의 70%를 시작으로 해마다 10%포인트씩 줄어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실적이 우수한데도 나이에 걸려 일선에서 퇴진하는 지점장들이 적지 않았다"며 "인사 관행이 비슷했던 감독당국의 방침이 바뀌면 은행들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인사 관행을 바꾸기로 한 데는 낙하산 인사를 유발한다는 감사원의 지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일선에서 물러난 금감원 간부들은 대부분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꿰찼다. 간부들이 정년(58세)보다 4년 정도 일찍 나가는 대신 연봉이 많은 감사로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해 온 것이다.

김 부원장은 "낙하산 인사를 최소화할 방침이며 낙하산 논란을 없애기 위해 금감원 출신이 감사로 나갔을 경우 접촉을 제한하는 등 유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관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강동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