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내 유전자를 활용한 국산 바이오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인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주목받게 될 겁니다. 허혈성 족부궤양 치료제는 이미 미국서 임상 1상을 끝내고 다음 달 10여개 병원에서 임상 2상에 들어갑니다. "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 사진)는 7일 기자와 만나 "발가락이 썩어들어 가는 허혈성 족부궤양 등 심혈관 질환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 'VM202'가 미국과 중국 등에서 실시한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고무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최종 임상 성공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자(DNA,RNA 등)를 의약품의 핵심 원료로 활용하는 신개념 바이오 의약품.인체조직 생성과 작동에 필요한 정보를 통제하는 유전자를 추출해 주사제 등의 형태로 투입하면,이 유전자가 환부에 신호를 전달해 새로운 세포를 재생시키거나 질병치료에 필요한 효소 등의 물질을 생성시켜 병을 치료한다. 치료 효과가 우수하며 유전자 자체가 생체물질에서 유래된 만큼 부작용이 거의 없고,대량생산이 가능해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꼽히고 있다.

바이로메드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계 리더로 꼽힌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개발된 국산 신약은 엄밀히 말하면 기존 의약품보다 효과가 우수하다는 뜻의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로 보는 게 맞다"며 "VM202가 상용화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 같은 최초의 신약인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VM202는 혈관생성 기능을 갖고 있는 'HGF유전자'를 인체에서 추출,대량 증식한 뒤 주사제로 만든 것.이 때문에 혈관생성이 꼭 필요한 허혈성 족부궤양,허혈성 심장질환(심장 혈관이 막히면서 생기는 다양한 질병),당뇨병성 신경병증(당뇨병의 합병증으로 궤양 등이 생기는 질병)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상용화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이 허혈성 족부궤양 치료제 임상 프로젝트.김 대표는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기준 임상 1상 시험에서 썩은 환부에서 새살이 돋는 등 우수한 효과가 확인돼 오는 4월께 임상 2상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회사는 최근 미국 10여개 병원과 환자 50명에 대한 임상시험 준비를 끝냈다. 허혈성 심장질환,당뇨병성 신경병증도 임상 1,2상 착수 허가를 받은 만큼 4월께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그는 예상하고 있다. FDA로부터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3종류의 임상시험 승인을 2상까지 모두 받은 곳은 바이로메드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김 대표는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15년께 미국 등 세계 시장에 VM202 치료제를 선보일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상 2상 시험을 추진 중인 중국에서는 이미 유명 대형병원들로부터 독점판매권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연구원 시절이던 1996년 11월 국내 학내벤처 1호로 바이로메드를 창업,지금까지 15년째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천착해 왔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굴지의 국내 제약회사들조차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개념이 없어 공동개발 제안을 모두 거절당했어요. 15년을 기술 하나만 믿고 달려온 셈이죠.이젠 결실을 맺을 때가 성큼 다가왔다는 느낌입니다. 국산 첫 글로벌 바이오신약 탄생을 관심있게 지켜봐주세요. "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