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부실여신 관리에 전념하고 있지만 잠재적인 부실 위험이 높은 '요주의'등급 여신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18개 국내 은행의 요주의 여신 규모는 25조원으로 전년의 18조4000억원에 비해 35.9%(6조6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은 여신의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은 연체가 3개월 이상이어서 부실여신으로 분류하며 요주의 여신은 연체가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으로 대출이 부실화되기 직전단계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작년 요주의 여신은 3조9530억원으로 2008년보다 36.3% 늘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27.9% 증가한 2조1650억원,외환은행은 30.9% 늘어난 937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작년 요주의 여신은 1조75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09% 줄었다.

은행들의 전체 대출 가운데 요주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늘었다. 작년 요주의 여신 비율은 2008년(1.5%)보다 0.5%포인트 증가한 2.0%였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 비율이 1.22%로 전년(1.14%)에 비해 0.0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요주의 여신 비율 상승폭은 상당히 높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은행들은 2008년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가 요주의 여신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 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여신은 자동적으로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되지만 은행이 자체적으로 부실 징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요주의 여신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경기 침체가 요주의 여신 증가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