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중자금이 몰리며 인기몰이에 나선 새 투자상품인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올 상반기 공모 규모가 총 5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 설립등기를 마친 스팩은 11개에 달한다. 이 중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과 '미래에셋 제1호스팩'이 각각 1조원 안팎의 청약자금을 모으며 최근 성공리에 공모를 마쳤고 나머지 9개 스팩도 5월 말까지 공모와 상장 절차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5월 말까지 상장이 예정된 곳으로는 현대 동양종금 우리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 · 삼성 교보 · KTB 대신 한국투자 하나대투 등 중대형 증권사들이 대거 초기투자자(발기인)로 참여한다.

스팩이 큰 인기를 끌자 중소형 증권사들도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신영증권은 조만간 스팩설립 등기를 할 예정이며 이트레이드 동부 키움 HMC투자 SK증권 등도 상반기 중 공모 절차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스팩 공모 규모는 총 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미 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이 총 1075억원어치의 공모를 마쳤고 현대증권(10~11일)과 동양종금증권(16~17일)이 총 650억원의 청약에 나선다. 또 4월과 5월 중 확정된 공모 규모(추정)도 각각 1850억원과 45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상반기 공모를 추진 중인 HMC투자 SK 동부증권 등 5개 스팩의 공모 규모를 200억원씩만 잡더라도 전체 규모는 5025억원에 이르게 된다.

잇단 스팩 공모청약을 겨냥한 전용펀드도 등장했다. KTB자산운용은 900억원짜리 전용 사모펀드를 조성,이미 대우스팩과 미래에셋스팩에 각각 122억원과 22억원을 투자했다. 대우스팩에 대한 지분율은 12.06%로 최대주주가 됐다. 장인환 KTB운용 사장은 "우량 장외 종목을 합법적으로 우회상장시키는 효과가 있는 데다 특히 증권사들의 1호 스팩은 성과가 좋을 것이란 판단에 펀드를 조성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투자열기가 과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설립등기를 마친 11개 스팩 중 대신증권만 정보기술(IT)이나 전통제조업체를 투자 대상으로 정했고 나머지는 전부 녹색기술 바이오 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기업 등을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