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물산에서 포장부문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진선씨는 2008년 9월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아 있었지만 둘째를 임신하면서 자의반,타의반으로 일을 접었다. 이후 아기를 출산하고,작년 초부터 임신기간에 못 탔던 실업급여를 수령하면서 3개월가량 구직활동을 했지만 실업급여가 끊긴 이후에는 그마저도 포기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와 이제 갓 태어난 둘째를 보니 다시 직장에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씨처럼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쉬는 여성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7일 노동부가 발표한 '2009년 여성 고용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여성 비경제활동(비경활) 인구는 1042만명으로 전년 대비 28만6000명(2.8%) 증가했다. 여성 고용동향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6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비경활인구는 만 15세가 넘는 인구 중 일할 능력이 있지만 직장이 없고,일할 의사도 없는 사람들을 뜻한다. 비경활 이유는 육아,가사가 67.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남성 비경활인구는 527만8000명으로 여성의 절반 수준이었다.

비경활인구가 큰 폭으로 늘면서 여성 취업자수는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여성취업자는 977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10만3000명(1.0%) 줄었다. 반면 작년 남성 취업자수는 3만1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여성이 3.0%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고,남성은 4.1%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했다.

여성의 실업자 증가폭이 낮았지만 이 역시 상당수 여성이 구직활동을 단념하면서 실업자에서 비경활인구로 편입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 수 감소는 20,30대 서비스업 종사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30대가 가장 많은 10만6000명 감소했으며,지위별로는 자영업자가 11만9000명,일용직이 6만6000명이 줄었다. 반면 상용직과 임시직은 늘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여성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위치에 있는 일용직과 자영업이 고용 한파의 영향을 더 받은 것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정부는 여성 실직난이 가중됨에 따라 상반기 중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여성일자리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여기에는 여성 일자리 창출,여성 실업자 직업훈련 강화 및 특성별 취업 · 창업 지원,생계안정과 일자리 유지 지원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