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이 적극적인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주요 시장에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올해 시설투자 예상액은 지난해보다 16.9% 늘어난 103조1910억원에 달한다.

제조업종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44조143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부문의 경우 지난해보다 투자액이 2배가량 증가했다. 주요 거래선의 요구 물량 증가로 생산시설을 늘리기로 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자기기 부문도 스마트폰 시장 확대,중국 3G(3세대) 휴대폰 수요 증가 등으로 작년보다 52.2% 시설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자동차 · 부품 분야도 예산을 53.7% 늘려잡았다. 조선 · 운송장비 부문은 상황이 정반대다.

경기침체로 인한 선박 발주 감소로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36.6% 줄일 계획이다. 철강 · 비철금속 부문 역시 시설투자액이 작년보다 6.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제조업종의 시설투자는 지난해보다 15.3% 늘어난 59조472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보다 91.6% 예산을 늘려잡은 방송 · 영화 · 지식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시설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이 부문 투자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미디어법 통과,3D(3차원) 방송 보급사업 활성화 등으로 사업 영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숙박 · 음식 · 레저 분야도 지난해보다 70.2% 시설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올해 투자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경기 회복 속도(60.5%)'를 꼽았다. 투자 애로 요인으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49.4%)'이 첫 손에 꼽혔다. 경기가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업종별로 온도차가 심하고 회복 속도도 제각각이라는 점이 설문 결과에 반영됐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지난해 600대 기업의 시설투자 총액은 2008년보다 2.4% 적은 88조2475억원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부문에서 2008년보다 20%가량 투자규모를 축소한 것이 전체 투자액이 역성장한 이유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