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이 "현재의 위안화 환율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것이며 언젠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한 말은 이례적인 것으로 의미가 적지 않다.

구체적인 시기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이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 있지만 세계 각국은 통화정책의 수장이 현 환율은 비정상적이라고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절상 하긴 하는데…"

저우 행장의 말을 뜯어보면 조건이 맞아야 절상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환율정책은 국가 전체를 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한 뒤 "현재 국면은 출구전략 등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저우 행장은 출구전략과 관련해 "중국은 매우 조심스런 입장"이라며 "경기부양책을 거두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수출 등이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해야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가 위안화 가치의 '어쩔 수 없는 왜곡'을 말하면서도 정상 상태로 언제쯤 복귀할 수 있을 것인지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우 행장은 현재의 특수한 환율 메커니즘은 국제적 경제위기에 대응해 중국과 세계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환율정책의 기본은 안정 유지"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외신들은 저우 행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안화가 조만간 절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위안화 절상이 늦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출구전략에 신중해야 한다는 언급에 무게중심을 두고 중국이 위안화의 빠른 절상을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저우 행장의 이번 발언은 위안화 환율 외에 또 하나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환율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해왔으나 그의 발언은 사실상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플레가 관건

짐 오닐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단번에 5% 이상 절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웰스파고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18개월 내에 7%가량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에서도 인민은행이 조만간 절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국책연구소인 사회과학원의 장밍 국제금융연구실 부주임은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르면 3월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 약 5%의 절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은 중국이 핫머니(국제투기자금) 유입 차단을 위해 4~5월 중 전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5~10% 절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 영향은 제한적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절상이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중국이 내수시장 확대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대중국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위안화 절상이 원화 절상으로 이어져 수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으나 그 수준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위안화가 약 5% 절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에 시장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사실 위안화가 2~3% 절상될 경우 원 · 달러 환율로 치면 20~30원가량 하락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한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는 긍정과 부정이 뒤섞이면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