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기의학회(회장 이재형 원광보건대 교수) 주최,대한물치료사협회(회장 박래준 대구대 재활과학과 교수) 후원으로 지난달 26일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한 '미세전류 국제학술세미나'에서 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팀 왓슨 영국 허트포드셔대 교수와 스즈키 도시아키 일본 간사이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 10여명은 이 같은 최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체는 세포간 물질 이동 과정에서 약 40~60㎂ 범위의 '생체전기'를 발생시킨다.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의 양이온과 염소 등 음이온 전극을 띤 물질들이 끊임없이 뒤바뀌는 과정에서 전기가 발생하는 것.따라서 생체전기와 유사한 레벨의 '미세전류'를 인위적으로 몸 속에 흐르게 하면 세포기능 및 세포 간 신호전달이 촉진되고,조직이 재생돼 상처치유 효과가 나며,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왕성해진다는 사실이 이미 물리학계와 의학계에서 밝혀져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 왓슨 교수는 "영국 등 유럽에서는 미세전류를 활용한 치료법과 상품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며 "아킬레스건과 등에 미세전류 패치를 붙여 통증을 완화시키는 제품,상처를 치유하고 골절된 뼈가 빨리 붙도록 유도하는 치료법,미세전류를 활용해 피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각종 영양분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피부에 흡수시키는 화장품 등이 임상시험 중이거나 상품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즈키 교수는 "일본 의학계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미세전류가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통증치료에 효과적이란 사실이 입증돼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며 "미세전류가 경련성 척추질환의 신경흥분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자들은 몸의 자극점이 모여있는 발에 초점을 맞춘 연구결과를 쏟아냈다. 서인범 강원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만 7~11세 어린이 31명을 대상으로 미세전류 발생 신발을 착용하고 30분간 운동한 후 성장호르몬 변화를 측정한 결과 미세전류 신발 착용군은 성장호르몬 농도가 48.5% 증가한 반면 일반 신발을 신은 대조군은 오히려 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또 미세전류 신발 착용군은 16명 중 7명에게서 성장호르몬 증가 추이를 보인 반면 일반 신발 착용군은 15명 중 5명이 증가세를 보여 미세전류 발생 신발이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대 박래준 · 손호희 · 임진숙 연구팀은 체지방률이 25% 이상인 20대 여성 20명에게 미세전류 발생 신발을 착용케 한 뒤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걷기운동을 실시한 결과 체중과 복부지방 비율이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조용호 경북전문대 교수팀은 미세전류 발생 신발 착용이 족저근막염의 통증과 전경골근(정강이뼈 앞에 있는 종아리 근육의 일종)의 근육피로를 현저히 완화시킨다는 시험 결과를 내놓았다. 또 조정선 선린대 교수팀은 미세전류 발생 신발 착용 후 환자들의 발바닥 부위를 조사한 결과 혈류량 및 체온이 상승해 혈액순환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박소현 영남대 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 연구원은 미세전류를 은나노 코팅한 전극에 흘렸더니 황색포도상구균과 진균(칸디다 알비칸스)에 대한 살균 효과가 구리 코팅 전극보다 높았다며 미세전류와 은나노는 항세균 · 항진균 효과에 시너지를 낸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래준 대한물리치료사협회장은 "미세전류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기능성 신발과 화장품,새로운 물리치료 기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