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회생'의 실마리, '2010년형 액티언' 타보니…
쌍용자동차는 지난 1월 총 5개 차종의 2010년형 모델을 동시에 출시했다. 지난해 말 회생계획이 법원의 인가를 받은 후, 새해를 맞아 본격적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유례없는 규모의 '새 차' 출시였지만 아쉽게도 '신차'는 없었다. 개발비용이 부족했던 탓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액티언'의 2010년형을 보면서 '감회가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지난해의 장기 파업사태를 떠올리면, 이 차가 만들어져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기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티언(액티언 스포츠 포함)은 올 들어 2월 말까지 내수 시장에서 2166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 쌍용차 전체 누적 판매량인 4038대의 절반 이상을 맡았다. 쌍용차에게 있어서는 판매 확대를 통한 경영 정상화의 기둥인 셈이다. 쌍용차의 '신차' 출시 전까지 공백을 메우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액티언의 2010년형을 시승해 봤다.

[시승기] '쌍용차 회생'의 실마리, '2010년형 액티언' 타보니…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CX5 레이디팩(Lady Pack) 2륜구동(2WD)이다. 대형 화장거울 등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유아용 시트 고정장치도 기본 사양인데, 육아에 힘을 쏟는 남성들도 있다는 점에서 이를 '레이디팩'이라 칭한 점은 아쉽다.

외관은 기존 모델에 비해 큰 차이를 찾기 힘들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고 18인치급(약 45.72cm) 타이어를 적용한 게 눈에 띄는 정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에 탈 때 발을 디딜 수 있는 사이트스텝과 허리춤 부분의 두툼한 크롬장식 등 달라진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시동을 건 후 들려오는 엔진 소리는 그리 귀에 거슬리지 않는 정도다. 변속기를 주행(D)에 두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봤다. 디젤차에 일가견이 있는 쌍용차답게 시원스러운 초반 움직임을 보여준다. 가속능력을 나타내는 최대토크는 31.6kg·m인데, 1800~2750RPM(분당 엔진회전수)의 낮은 영역에서도 이 수치를 뽑아내는 순발력이 두드러진다. 2000cc급의 4기통 디젤엔진이지만 여느 3000cc급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 봐도 치고나가는 힘은 손색이 없다.

[시승기] '쌍용차 회생'의 실마리, '2010년형 액티언' 타보니…
차량흐름이 원활한 직선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니 시속 120km까지 망설임 없이 속도를 붙여 나간다. 18인치 타이어 덕분에 전고 1785mm로 시야가 훌쩍 높아져 마치 코끼리를 타고 빠르게 달려 나가는 기분이 든다. 혹시 좌우로 기울까 불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땅에 달라붙는 접지력이 2WD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승차감은 수준급이다. 거친 노면에서 다소 과격하게 차를 몰아도 큰 충격이 없다. 그렇다고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이 그리 물컹거리는 느낌은 아니다. 대형 세단에 주로 사용되는 전륜 더블위시본.후륜 코일스피링을 적용해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줄여주면서도 제법 단단한 느낌을 준다.

외관은 '마이너체인지'에 그친 대신 편의사양을 잔뜩 적용했다. 연비 효율이 높은 정속주행을 돕는 에코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과 고속도로 하이패스 시스템(ETCS)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으며 DMB를 지원하는 4.3인치급(약 10.92cm) 터치식 내비게이션 등을 대부분의 모델에 적용했다. 운전대의 엠보싱 타입 가죽커버나 트렁크 카매트 등을 추가한 점도 개선의 노력으로 읽힌다.

2010년형 액티언의 가격은 2055만~2782만원으로 성능과 편의사양 등을 보면 상품성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조립 완성도도 빼어나다. 다만 '뉴 코란도'의 계보를 이어 지난 2005년 최초로 출시된 지 5년의 시간이 흘렀고, 좋고 나쁨이 갈리는 전위적인 디자인, 동급의 최신 경쟁모델들에 비해 다소 뒤처지는 연비(11.9~12.9km/ℓ) 등은 다소 아쉽다. 다만 배기가스를 줄여주는 친환경 배기가스 저감 시스템(CDPF) 장착으로 환경 개선부담금을 5년간 면제받는다는 점, 3월부터는 2년간의 무이자 할부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는 경제적인 이점도 만만치 않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