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실시 예정인 저가구매인센티브제(시장형 실거래가제) 영향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의 원내처방의약품(입원 환자에 사용하는 의약품) 구매 입찰이 사상 처음 전 품목 유찰되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8일 의약품도매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이날 분당서울대병원과 치대병원이 향후 1년간 사용할 2514종의 의약품 구매를 위한 입찰을 실시했으나 도매상들이 보험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서울대병원이 의약품 구매 입찰을 실시했다가 전 품목이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병원이 연간 원내처방으로 사용하는 의약품 규모는 연간 약 2000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유찰 배경으로 '저가구매인센티브제'를 지목하고 있다. 올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이 제도는 병원이 제약사나 도매상으로부터 약을 싸게 사면 할인가격의 70%를 병원에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다. 반면 제약사는 1년 뒤 해당약품 보험약가를 최대 10%까지 깎이게 된다. 지금까지는 병원 공개입찰에서 의약품이 저가 낙찰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보험약가를 깎지 않았다. 정부가 국공립 병원의 의약품 구매를 정부 물자 조달 개념으로 간주해 싸게 구매하는 것을 예외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가구매인센티브가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정부 측이 원내처방의약품 저가낙찰을 저가구매인센티브 사례로 간주하고,같은 종류의 원외처방약까지 모두 보험약값을 깎는다는 방침을 정한 까닭이다. 이렇게 되면 제약회사들은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하려는 의약품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 시행을 앞두고 부작용이 불거진 것"이라며 "다른 국공립 병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서민 환자들의 약값 부담이 커지거나 최악의 경우 제때 약품 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