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3일 청와대를 찾았다.이명박 대통령이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우리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한 오찬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정 대표가 청와대를 찾은 건 무려 11개월만이다.지난 해 4월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을 만났던 정 대표는 청와대 발걸음을 끊었다.청와대 회동후 엄청난 역풍에 시달린 후 극도로 만남 자체를 경계해온 정 대표다.

그런 정 대표가 지난주 이 대통령 생일날 축하난을 보낸데 이어 이번에는 청와대 행사에 갔다.제1 야당 대표로서 나름대로 보일 수 있는 성의는 보인 셈이다.

정 대표가 오랫만에 청와대를 갔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메달을 딴 선수단이 주역이었던 만큼 야당 대표로서 큰 관심도 받지 못했다.말그대로 자리를 채워준 조연 정도였다.

무엇보다 정 대표는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가벼운 조크만 주고받았다.“우리 선수들이 매달을 따면 정부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던데”라는 농담을 건네자 이 대통령이 “그래서 걱정되냐”고 웃으면서 맞받은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었다.1시간40분간 이뤄진 오찬행사에서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 나눈 말은 그 정도가 전부였다.야당 대표의 11개월만의 청와대 외출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이와관련해 청와대가 너무 의전에 신경을 안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당초 행사 계획표에 들어있지 않더라도 야당 대표에게 인사말 한마디 정도를 할 기회를 주는 게 정치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그 자리에 정몽준 대표와 이건희 전 삼성그룹회장 등 다른 명망가들이 많이 있었던 만큼 정 대표를 특별히 배려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얘기가 정치권 주변에서 나온다.그렇지 않아도 여야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는 상황인 만큼 정 대표의 체면을 좀 세워줬으면 여야관계를 푸는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 대표는 청와대 행사후 기자와 만나 “국가적 잔치행사에 가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인사말을 안하면 어떠나.나는 그런 걸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내심 서운한 기색이 엿보인다.

청와대측은 인사말 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특별히 배려를 하지 못한데 대해 미안하다는 뜻을 정 대표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빛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작은 배려가 꽁꽁 얼어붙은 여야관계를 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정치권에 정치가 없는게 문제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