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A고교는 새 학기를 맞아 최근 한 입시업체의 유명 입시컨설턴트를 초청해 3학년생 및 1 · 2 · 3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대입 설명회를 가졌다. 수시모집 전형이 갈수록 복잡해져 진학지도 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개인별 설명이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 진학담당 김모 교사는 "대입 전형 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져 개인별 진학지도는 불가능하다"며 "특정 학생에게 얼마나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학생 스스로가 따져보는 것도 힘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선 진학지도 교사들조차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입시요강을 분석하고 대입 전략을 세우려면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는다. 지난 2월부터 이미 10여개교에서 입시설명회를 가졌다는 한 입시업체 평가소장은 "학교 측에서 먼저 2011학년도 대입 전략 등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해 온다"며 "올 봄에만 최소 30개교 이상에서 설명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시전형 유형 4년 새 3배로 늘어

한국경제신문이 8일 2007~2011학년도 주요 대학 수시전형 유형을 분석한 결과 일부 대학은 4년 새 최대 3배 이상 전형 유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대학이 평균 2~3배가량 전형 유형을 늘렸다. 2007학년도 수시모집 2학기에 학업우수자전형 등 4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 중앙대는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인 리더십우수자전형 등 총 13개 전형을 실시한다. 이 밖에 건국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한국외대 등도 같은 기간 2~3배가량 전형 유형을 늘렸다.

올해는 특히 입학사정관전형이 확대되면서 대학별로 새로운 전형 유형이 대폭 늘어났으며 전형마다 세부 내용도 더욱 복잡해졌다. 특히 고려대 World KU전형,서강대 알바트로스 국제화전형,중앙대 다빈치형인재전형,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서울시립대 포텐셜마니아전형 등 이름만으로는 어떻게 학생을 선발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전형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이 최근 몇 년간 경쟁적으로 전형 유형을 늘린 게 '장삿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각 대학이 매년 수시모집 선발 인원 및 전형 유형을 늘림에 따라 더욱 많은 수험생이 여기저기 찔러보는 식으로 수시모집에 지원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려대의 경우 1281명을 뽑은 수시2차 일반전형에만 5만9317명이 지원해 41억5000만원(1인당 7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무료상담 받아보면 유료업체 찾게 돼

입시업체들에 따르면 일선 고교에서 실시하는 입시컨설턴트의 특강은 대부분 무료로 진행된다. 그러나 학교에서 무료 특강을 들어 본 학부모들은 결국 돈을 주고 다시 상담을 받으러 학원 등을 찾아온다고 한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입시컨설팅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내 유명 학원의 상담료는 시간당 40만~50만원 선이다.

한 유명 입시분석가 B씨는 "'돈을 주니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라고 생각하고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며 "대부분의 학부모는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적인 조언 대신 '자기 자식'의 경우만 놓고 분석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화'에 대한 기대가 고액의 입시 컨설팅 수요를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B씨는 이어 입시컨설팅 업계가 급성장한 것이 '다양해진 입시전형' 때문이라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다양성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결국 입시가 복잡해졌다는 얘기"라며 "각 대학이 내놓은 전형들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세부 내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