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매장에서 제네시스나 에쿠스 등 고급차를 별도 공간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아반떼 쏘나타 등과 같은 대중형 승용차와 차별화하면서 '현대(HYUNDAI)'란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8일 "우선적으로 미국 유럽 등 해외 매장에서 제네시스 등 고급차 영업장을 별도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기존 전시장 내에 고급차를 위한 독립 공간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렉서스와 도요타처럼 브랜드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국내외 현대차 전시장을 새로 꾸미는 쇼룸 아이덴티티(SI) 작업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건물 외관 일부만 보면 '현대차 매장'임을 알 수 있도록 통일성을 부여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에쿠스,제네시스 쿠페 등 고급차를 한데 묶어 별도 브랜드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선 중 · 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장 안에 고급차를 위한 별도 전시장을 꾸미는 것은 도요타가 1980년대 렉서스 브랜드를 처음 도입했을 때 사용했던 전략"이라며 "프리미엄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선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미국법인(HMA) 판매책임자인 데이브 주코스키 부사장은 최근 현지 딜러들에게 공문을 보내 "전시장 내에 럭셔리카를 위한 단독 공간을 마련하면 장기적으로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작년 9월 체코공장 준공식에서 렉서스와 같은 고급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현대차의 첫 럭셔리 세단인 제네시스는 출시 직후부터 해외 조사기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네시스는 미국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컨슈머 리포트' 최신호(4월호)에서 성능평가 점수 92점을 얻어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말엔 미국 자동차 전문기관인 스트래티직 비전의 '종합 가치만족지수' 평가에서 준(準)고급 승용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스트래티직 비전은 2008년 9월부터 작년 3월까지 신차를 구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품질 신뢰성과 연비,중고차값,보증정책 등 차량 가치를 종합 평가한 결과 제네시스가 렉서스,아우디,BMW 등 경쟁 프리미엄 차들을 모두 제쳤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