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외국기업이 크게 늘고 국적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 증시에 대한 해외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고 보면 증시 글로벌화를 위한 청신호(靑信號)라 할 만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 상장을 위해 국내 증권사와 주간사 계약을 체결한 외국기업은 8일 현재 53개사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기업 36개사를 비롯 미국과 일본이 각각 8개사와 5개사에 이르고, 영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기업들도 1개사씩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10~15개사가량은 올해 중 상장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돼 현재 11개사(중국 10개, 일본 1개)인 상장 외국기업이 올해 중 20개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외국기업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우리 증시에 대한 국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한국 증시가 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상장 신청 이후 2개월 정도면 절차가 완료되는 등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 처리가 신속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과거 아시아 증시라면 홍콩 싱가포르 같은 곳만 생각하던 외국기업들이 이제 스스로 한국 증시를 찾는 환경이 됐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증시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호기다. 보다 많은 나라의 보다 많은 기업들이 서울 증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를 동북아 금융허브로 육성해 나가는데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적해둘 것은 외국기업들의 경우 국내 기업보다 회계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지배구조가 모호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의 회사 탐방이 힘들어 충분한 기업정보가 제공되기 어려운 맹점도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들 기업 정보가 최대한 신속히 제공될 수 있도록 관련제도를 보강하는 등 투자자보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