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에서 '은마왕만두'를 운영하고 있는 김신규 사장(60)은 억척같은 노력으로 부를 일군 인물이다. 지난 25년간 상가 정기휴일을 제외하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가게 문을 열어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만두가게를 키워냈다. 그는 은마아파트 외에 경기도 양평에 단독주택,은마상가 내 2개의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상가에 자리 잡은 계기는.

"1980년에 개포동에서 분식점을 하다가 1983년 은마아파트에 전세를 얻으면서 가게를 열었죠.남편이 지병으로 회사를 그만둔 상태에서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가게를 꾸리는 것이 절실했죠.그런 사연을 알고 있던 복덕방 아저씨가 은마상가 지상 1층에 도넛가게를 소개해줘 보증금 3000만원만 겨우 내고 대치동에 자리를 잡게 됐어요. "

▼왜 도넛가게를 계속하지 않았나요.

"가게가 겨우 자리잡을 즈음에 사기를 당해 보증금 3000만원도 못 받고 2년가량 힘들 게 모은 돈도 날렸어요. 그래도 친척들에게 어렵게 돈을 꾸어 지하 1층에 다시 가게를 얻었어요. 참 힘든 시절이었지요. 매일 새벽 5~6시에 상가에 나와 만두를 만들었는데 그때 상가에 나오면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어요. 대치동 거리는 캄캄한데 은마상가 지하 1층은 환했죠.다들 열심히 살던 때였기 때문에 저도 힘든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강남 사람들이라고 해서 쉽게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에요. 열심히 일하고 쉬지 않고 일했죠."

▼무척 유명한 가게가 됐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저희 만두를 정말 좋아해 주셨어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미처 만두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을 정도였어요. 손님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셔서 만두 모양도 못 만들고 그냥 동그랗게 말아서 팔 때도 있었어요. 하루 종일 앉을 틈도 없이 힘들었지만 피곤한 줄 몰랐어요. 덕분에 2년 만에 임대하던 가게를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

▼빠른 시일 안에 성공한 비결은.

"항상 좋은 재료를 사용해요. 야채는 납품하는 곳을 선별하고 한번이라도 야채의 상태가 1등품이 아닐 경우에는 거래를 중단합니다. 고기도 멀리서 사면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 은마상가 내에 있는 창성정육점에서 돼지목살을 25년째 사고 있어요. 도매로 사거나 다른 정육점에서 사면 좀 더 싸게 살 수는 있겠지만 다른 동네에 가면 일부러 돼지고기 가격을 물어보지 않아요. 혹시 그 동네 고기가 싸면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잖아요. "

▼좋은 고기를 쓰면 이익이 적을 텐데요.

"손님들이 제게 믿음을 주었기 때문에 2004년 초 쓰레기 만두파동이 났을 때도 이겨낼 수 있었어요. 그때는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고 주변에 있던 몇몇 만두집은 문을 닫을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어요. 그때 단골손님들이 저를 일으켜 세워주셨어요. 양재동에 사는 한 신사분은 왕만두를 7만원어치나 싸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힘들 것 같아서 일부러 찾아왔다고 하는데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근처 아파트에 사는 한 어머니는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찾아왔어요. 아이가 엄마에게 '은마왕만두가 걱정된다'며 함께 사러 가자고 했다더군요. "

▼강남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남 사람들도 인정이 많고 따뜻하죠.가끔 강남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강남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만두를 만들 수 있었죠.강남 사람들은 아무리 맛이 좋아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아요. 하지만 일단 단골손님이 되면 힘들 때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손님들 때문에 지난 25년간 만두가격을 한 번밖에 올리지 않았어요. 4년 전 한 접시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린 거죠."

▼은마상가가 재건축 된 후에도 장사를 계속 하실 계획인가요.

"저는 25년째 새벽 일찍 가게로 나와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그냥 종업원에게 맡길까도 생각했지만 제가 안 나오면 단골손님도 서운해 하니까….이제는 오히려 돈보다도 손님들에 대한 신의 때문에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강남에 살면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어서 다른 곳에 살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평상시에도 항상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편의시설을 즐길 틈이 없어요. 집값이 오른다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아하지도 않았죠.강남이라고 특별한 것이 없어요. 그냥 강남에서 열심히 살았던 것뿐이죠.은마상가가 재건축되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골에 가서 편히 살고 싶어요. "

정소라 기자 iam5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