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철도 경제'가 쩌우추취(走出去 · 밖으로 나감)의 깃발을 들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8일 중국이 최고 시속 350㎞의 초고속 철도망을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그리고 러시아 · 유럽의 3개 노선에 걸쳐 건설키로 했다고 8일 보도했다. 왕멍수 베이징자오퉁대 교수 겸 중국공정원 원사는 "관련된 17개 국가와 기술적인 협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초고속 철도 허브

3개 초고속 철도망은 △유라시아 횡단 철도 △동남아시아 종단 철도 △러시아 대륙 횡단 철도 등이다. 유라시아 횡단 고속철도망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인 우루무치를 출발,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동남아시아 노선은 중국 남부의 윈난성 쿤밍을 기점으로 베트남~태국~미얀마~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까지 연결된다. 러시아 대륙 횡단 고속철도는 중국 북부의 헤이룽장에서 러시아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중국은 이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의 고속철도망 허브 국가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3개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려는 것은 낙후된 서부지역을 개발하고 주변 국가와 경제협력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왕 원사는 설명했다.

◆'열차 주고 자원 받고'

3개 고속철도망이 지나는 국가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는 낙후돼 있으나 지하자원이 풍부하다. 중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고속철도 건설 기술과 장비,최대 시속 350㎞에 달하는 자국산 고속철도 차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얀마는 중국으로부터 고속철도 건설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받는 대신 첨단산업용으로 널리 쓰이는 리튬을 제공하기로 했다. 파이프 라인을 통해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일부 국가들도 중국으로부터 고속철도 건설에 필요한 금융 지원을 받기로 했다.

왕 원사는 "고속철도망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철도 궤도를 같은 폭으로 통일해야 하는 등 몇 가지 기술적인 어려움이 남아 있다"며 "베트남의 경우 협궤를 포기하는 등 진척을 보이고 있어 고속철도망 건설 프로젝트는 늦어도 2025년께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총연장 3300㎞의 세계에서 가장 긴 고속철도망을 갖추고 있다. 이를 2020년까지 총 1만800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에 베이징~톈진 간 징진 고속철을 건설한 것을 비롯해 △스자좡~타이위안 △칭다오~지난 △허페이~난징 구간의 고속철도를 잇따라 개통했다. 작년 12월 말에는 우한~광저우 간 우광 고속철을,지난달에는 정저우~시안 간 정시 고속철을 선보였다. 베이징~상하이,베이징~광저우 구간 등이 건설되고 있어 조만간 중국 대륙은 고속열차로 촘촘히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