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만 짓더니… 부산도 소형아파트 전세대란
"소형 아파트 씨가 말라 전세계약서를 두 달째 작성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세 구해달라는 고객이 20여명이 넘는데…."(부산 남천공인 신용옥 소장)

부산지역 부동산 시장에 '전세 비상'이 걸렸다. 20~30평형대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전셋값마저 오르고 있어서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광안리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남천공인중개사무소의 신용옥 소장은 8일 거래장부를 보여주며 "전세 물량이 동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1만여채가 몰려있는 남천동 일대에서 전용 85㎡(옛 32평형) 이하 중소형 아파트 전세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옛 40평형대 전세 물량은 있으나 관리비 부담 등으로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신규 입주단지에서도 전용 85㎡ 이하 중소형 단지는 입주가 순조로운 반면 중대형 아파트 단지는 전세 수요자가 적어 입주율이 뚝 떨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건설사들도 평형을 줄이고 있다.

작년 12월 수영구 남천동 남천비치 전용 59㎡(옛 25평형) 아파트 전세를 얻어 들어간 회사원 김모씨(32)는 요즘 가슴을 쓸어내린다. 7000만원 선이던 전세가격이 불과 3개월 만에 8500만원 선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남천동 수영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물량이 동이 나면서 옛 20평형대의 전셋값이 지난달 말보다 500만~1000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낙동강 건너편의 강서구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상반기 입주한 명지주거단지 내 Q아파트의 경우 옛 30평형대가 몰려있는 단지에는 밤에 불이 훤히 켜져있지만 주로 40평형대 이상으로 구성된 L타운 단지에서는 불 켜진 집을 보기 드물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겨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11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4개월간 부산 전셋값 상승률이 4.26%에 달했다. 부산 영산대 부동산연구소는 "최근 1년간 부산 전셋값이 9.9% 뛰었다"며 "개발수요가 많은 강서 · 기장 · 해운대 · 영도 · 북 · 남구 등은 10%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최근 부산 지역의 중소형 주택 전세난은 2년 전부터 중소형 신규 아파트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역 주력업종인 조선산업의 불황 등이 겹치면서 관리비가 비싼 대형 아파트보다는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1월 8279채로 전달에 비해 1000채가량 줄었으나 팔려나간 아파트는 전용 85㎡이하 중소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남은 물량은 대형 주택이 대부분이다.

중소형 아파트가 품귀 현상을 빚자 부산에서 아파트 분양에 나서는 건설업체들도 대형 평형을 중소형으로 줄이는 등 설계변경에 나섰다. 최근 부산 장전동에서 재개발아파트 1682채(조합원분 포함)를 분양한 벽산건설은 종전 373채로 책정됐던 전용 132㎡(옛 49평형) 주택형을 225채로 줄이는 대신 전용 84㎡(옛 32평형) 주택형은 568채에서 739채로 늘렸다.

부산=김태현/서울=김철수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