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코리아 2010] 원전 르네상스…非核의지·폐기물처리·안전장치 갖춰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원자력정상회의 서울서 10~12일 개최
한경, 미디어파트너 참여…한국원전 성장전략 모색
한경, 미디어파트너 참여…한국원전 성장전략 모색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 중단했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31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 인도 UAE(아랍에미리트) 등 신흥국도 잇따라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탈(脫)원전을 추구했던 유럽 국가들도 방향 전환을 모색 중이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430기의 신규 원전(총 1조달러 규모)이 건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원전 르네상스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은 원전 기술을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핵 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떨쳐내야 한다. 그래야만 원전이 한국의 신성장동력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10~12일 한국경제신문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해 '세계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원전 르네상스를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해법을 국제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다.
◆'동전의 양면' 원전과 핵무기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한국의 핵주기 완성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UAE 원전 수출 이후 한국 내 일각에서 '진정한 원전 강국이 되려면 핵주기 완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핵주기 완성론'은 한국이 갖지 못한 핵원료(우라늄) 농축에서 사용후 연료 재처리 기술까지 갖춰 원전의 일괄 공정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농축 기술을 갖춰야 원전 연료인 우라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연료 재처리 기술을 확보해야 사용후 핵연료를 효율적으로 쓰고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의회가 이에 대해 경계심을 표하고 나선 것은 마음만 먹으면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수 있어서다.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다.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하게 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핵주기 완성론이 핵무기 개발 우려로 비쳐질 수 있는 이유다.
물론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현재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1991년 나온 '한반도 비핵화 선언'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원전 가동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후 연료를 재활용해야 할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올해 시작될 한미원자력협정(2014년 만료) 개정 협상에서 사용후 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방침을 정했다. 핵무기 개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란 신기술을 이용하자는 방안도 마련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기술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재처리와 다를 게 없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여기에는 한국에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할 경우 핵 비확산 정책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세계원자력정상회의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는 "한국의 핵확산 가능성에 대한 미국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없애는 것이 원전 르네상스를 위한 선결 과제"라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핵주기 방안을 공동연구하고,한국이 '핵무기 없는 세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폐기물 처리도 난제
원전에서 쓰고 남은 핵폐기물 처리도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방사능이 완전히 제거되기까지 수백만년이 소요되는 고준위폐기물(사용후 연료) 처리가 당면 과제다. 한국은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데 여기에서 나오는 사용후 연료는 연간 700t에 달한다. 앞으로 10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어서 폐기물 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이 허용되면 폐기물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인 데다 경제성 검토도 끝나지 않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당분간 별도의 처리장을 만들어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것이다. 현재 고준위폐기물은 원전별로 마련된 별도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임시저장시설은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새로운 고준위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전 근로자가 사용한 옷 장갑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경주 방폐장)을 만드는 데도 20여년의 세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한국의 각 지방에서 중 · 저준위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반대한다면 한국 원전을 수입하려는 외국에서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의혹의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2 체르노빌' 없어야
국제적으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풀어야 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방사능 유출사고와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은 원자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계기가 됐다. 미국과 유럽은 사고 이후 20~30년가량 원전 건설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일부 노후 원전을 폐쇄하기도 했다.
최근의 원전 붐은 고유가와 지구온난화 방지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데 따른 반작용 측면이 크다. 원전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발전단가가 싼 에너지원(源)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 원전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은 원전 사고가 재발할 경우 순식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공동 연구 중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신기술.수조에 담아두는 습식정련기술과 다른 건식정련기술이다. 기존 기술과는 달리 플루토늄을 따로 추출하지 않고 폐기물을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원전 르네상스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당장은 원전 기술을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핵 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떨쳐내야 한다. 그래야만 원전이 한국의 신성장동력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 10~12일 한국경제신문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해 '세계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원전 르네상스를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해법을 국제적으로 모색하기 위해서다.
◆'동전의 양면' 원전과 핵무기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한국의 핵주기 완성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UAE 원전 수출 이후 한국 내 일각에서 '진정한 원전 강국이 되려면 핵주기 완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핵주기 완성론'은 한국이 갖지 못한 핵원료(우라늄) 농축에서 사용후 연료 재처리 기술까지 갖춰 원전의 일괄 공정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농축 기술을 갖춰야 원전 연료인 우라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연료 재처리 기술을 확보해야 사용후 핵연료를 효율적으로 쓰고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의회가 이에 대해 경계심을 표하고 나선 것은 마음만 먹으면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수 있어서다.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다. 사용한 핵연료를 재처리하게 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핵주기 완성론이 핵무기 개발 우려로 비쳐질 수 있는 이유다.
물론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현재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1991년 나온 '한반도 비핵화 선언'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원전 가동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후 연료를 재활용해야 할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올해 시작될 한미원자력협정(2014년 만료) 개정 협상에서 사용후 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방침을 정했다. 핵무기 개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란 신기술을 이용하자는 방안도 마련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기술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재처리와 다를 게 없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여기에는 한국에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할 경우 핵 비확산 정책이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세계원자력정상회의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는 "한국의 핵확산 가능성에 대한 미국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없애는 것이 원전 르네상스를 위한 선결 과제"라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핵주기 방안을 공동연구하고,한국이 '핵무기 없는 세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폐기물 처리도 난제
원전에서 쓰고 남은 핵폐기물 처리도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방사능이 완전히 제거되기까지 수백만년이 소요되는 고준위폐기물(사용후 연료) 처리가 당면 과제다. 한국은 현재 20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데 여기에서 나오는 사용후 연료는 연간 700t에 달한다. 앞으로 10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어서 폐기물 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이 허용되면 폐기물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인 데다 경제성 검토도 끝나지 않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당분간 별도의 처리장을 만들어 핵폐기물을 보관하는 것이다. 현재 고준위폐기물은 원전별로 마련된 별도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임시저장시설은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새로운 고준위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원전 근로자가 사용한 옷 장갑 등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경주 방폐장)을 만드는 데도 20여년의 세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한국의 각 지방에서 중 · 저준위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반대한다면 한국 원전을 수입하려는 외국에서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의혹의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2 체르노빌' 없어야
국제적으론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풀어야 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방사능 유출사고와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은 원자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의 계기가 됐다. 미국과 유럽은 사고 이후 20~30년가량 원전 건설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일부 노후 원전을 폐쇄하기도 했다.
최근의 원전 붐은 고유가와 지구온난화 방지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데 따른 반작용 측면이 크다. 원전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발전단가가 싼 에너지원(源)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 원전 건설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은 원전 사고가 재발할 경우 순식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공동 연구 중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신기술.수조에 담아두는 습식정련기술과 다른 건식정련기술이다. 기존 기술과는 달리 플루토늄을 따로 추출하지 않고 폐기물을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