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8일 발표한 R&D(연구개발) 혁신 방안은 반도체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LCD(액정표시장치)처럼 장래 한국을 먹여 살릴 대형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이번 R&D 혁신안은 기존 R&D 성과에 대한 불신이 배경이다. 국내 R&D 투자는 2000년 13조8000억원에서 2008년 34조5000억원으로 2.5배 늘었지만 세계시장 1위 품목 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줄었고 반도체나 LCD 같은 대형 성장동력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R&D 투자 방향 결정과 관리 권한을 민간에 대폭 이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경부 장관과 글로벌시장에서 성공 경험을 가진 전직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공동단장을 맡는 '전략기획단'이 이달 중 신설된다. 공무원은 투자결정 때 의결권이 배제된다. 그동안 부처 내 과별로 R&D사업을 꿰차고 전권을 휘둘렀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R&D 투자의 초점을 철저히 사업화에 맞추는 것도 특징이다. 연구 결과가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연구 · 사업개발)' 개념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론 향후 7년간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3조원을 투자한다. 과제당 총 3000억원 안팎의 대규모 자금(정부 지원은 50% 이내)을 지원하고 개발기간도 5~7년가량 넉넉하게 줘 대형 성장동력 개발에 집중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과제당 500억원 정도가 최고 수준이었다.

오는 6월 선정될 선도기술개발 후보로는 전기자동차,4세대 이동통신,한국형 원전,태양전지,차세대 디스플레이,탄소섬유,시스템반도체,바이오 항암제,스마트그리드 등이 거론된다. 미래산업 선도기술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100대 전략제품의 융합 · 원천기술을 선정해 개발한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실패는 용인

창의적 과제에 대한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성실 실패' 제도를 도입한다. 어쩔 수 없는 실패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평가 단계에서 '중간 탈락(Early Exit)'을 확대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연구과제를 걸러낸다.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기술자에게는 국가 유공자에 준하는 파격적 예우를 한다. 매년 1명씩 '국가 기술자'를 선정하고 신설되는 '국가 기술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게 한다. 과제를 일정보다 빨리 성공시킨 연구자에게는 예산 절감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준다.

대학과 연구소가 개발한 각종 기술의 지식재산권 창출과 기술이전을 위해 민 · 관합동의 지식재산권 관리회사인 '창의자본 회사'를 설립한다. 2015년까지 50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과제별로 연구장비를 개별 구매하고 관리하는 데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연구장비 관리회사를 설립한다. '혁신 한국 회의(Innovative Korea Congress)'도 하반기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