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기후현 요로군의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미즈노의 계열사인 미즈노 테크닉스 배트제조 공장.나와 타미오씨(43)가 손수 만든 대패 네 개를 번갈아 사용해 야구 방망이를 깎고 있다. 앞에 놓인 기성 배트를 기준으로 방망이 그립 등의 두께를 맞추는 과정이 수십 번.배트 제작 과정이 물 흐르듯 능수능란하다. 나와씨는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등 유명 프로선수의 맞춤 방망이 제작 전문.그는 "선수들의 타격 습관,타격 성향,신체조건 등을 고려해 배트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승엽,이치로,마쓰이 히데키(LA 에인절스),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이 미즈노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미즈노는 현재 일본 야구용품 시장에서 40%,미국에서 13%의 점유율을 보이며 '야구용품 명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미즈노 야구용품의 '힘'은 특유의 '기능직 마스터(장인),크래프트맨(기술인)제도'에서 나온다. 미즈노의 여섯 공장에서는 전 사원이 '마스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인간성과 의사소통 능력.

제품을 만드는 전문지식이 많고 손재주가 탁월해도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게 미즈노의 철학이다. 나와씨는 "장인이니 명인이니 하는 호칭은 소비자가 불러주는 것"이라며 "섬세한 제품이기 때문에 인품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좋은 배트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각각 한국과 일본의 대표 타자인 이승엽과 이치로의 방망이를 모두 직접 만들고 있는 나와씨는 둘의 배트 차이가 타격 스타일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에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지훈련지인 미야자키에서 이승엽과 상담했다는 나와씨는 "이승엽의 배트는 파워히터형과 레귤러형의 특징을 모두 가졌다"며 "특히 장타에 유리하도록 방망이 끝부분에 무게중심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치로의 배트는 레귤러형이며 배트의 끝부분보다는 끝부분 바로 아랫부분이 더 무거운 것이 특징.헤드의 바로 아랫부분인 스위트 스폿(공이 맞는 지점)이 무거우면 배트를 더 쉽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현 (일본)=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