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본격 은퇴가 시작됨에 따라 중고령층 고용불안을 막기 위한 정년 연장 · 임금피크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난 해소도 국가적인 과제로 등장했다.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아니면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될지 관련 부처인 노동부와 기획재정부의 시각도 판이하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선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임금피크제를 수단으로 한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청년 실업난을 가중시키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갉아먹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법제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서두르자는 입장인 반면 재정부는 청년실업 문제와 고려해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월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부터 불거졌다. 당시 윤 장관은 "한전식이 정답이 아니다"며 무차별적인 정년 연장 확산을 경계했고,임 장관은 "한전식이 바람직한 모델"이라며 확산을 독려했다. 물론 두 장관 모두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중고령층 고용불안을 막고 평균수명 연장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년을 늘리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현 시점에서 모든 기업이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재정부 쪽 논리다. 특히 정년 연장은 당장 청년실업과 상충된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1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에 육박할 정도로 국가적으로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라며 "이런 상황에서 일률적인 정년 연장을 추진할 경우 신규 채용이 줄어 청년실업난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생각이 다르다. 노동부 관계자는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구인 · 구직 미스매치와 경력직 채용 선호 등 노동시장의 구조변화 때문이지 정년 연장 때문만은 아니다"며 "정년 연장이 단기적으로 청년고용 감소를 유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신규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노사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민간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에 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법에 명문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청년실업을 단기적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젊었을 때 한번 취업시기를 놓치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 평생을 실업자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률적인 정년 연장으로 갈 경우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연구원 김정한 박사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는 세대간 갈등을 내포하는 만큼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며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재계,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태/고경봉 기자 jtchung@hankyung.com